방송에 소개된 다섯 살 용준이의 방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깔끔하다. 장난감은 흐트러짐 없이 각 맞춰 정리돼있고, 아이들 방에 마땅히 있어야 할 티끌도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청소해줘서가 아니다.
용준이의 하루는 바쁘다. 누가 내 장난감을 만지기라도 할까, 내 방에 들어가지는 않을까 불안함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가족들조차 용준이의 방은 접근불가다. 어린 동생이 자신의 방 앞에 서성이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며 주먹부터 나간다.
용준이는 장난감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있다. 엄마아빠보다 장난감을 좋아하면서도 전시만 해놓을 뿐 가지고 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마아빠는 용준이를 그저 정리정돈 잘하는 아이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점점 이상해지는 행동에 결국 상담을 결정했다. 전문가 진단 결과, 용준이는 ‘소아강박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용준이를 지켜봐 온 전문가는 용준이의 하루가 참 괴롭겠구나 싶었다”며 아이는 지금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용준이의 엄마는 용준이가 1살 때부터 내가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며 아이와 떨어져야 하는 미안함에 장난감을 많이 사줬다”고 속상해 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여느 방송분과 마찬가지로 용준이의 소아강박증도 집안환경에 원인이 있었다. 용준이에게 장난감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엄마아빠가 자신들을 대신해 두고 간 선물, 차마 가지고 놀 수 없는 사랑이었다.
용준이는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장난감에서 찾았다. 엄마는 그런 용준이를 이해하려기보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바로잡으려 했다. 그럴수록 아이가 기댈 곳은 장난감뿐이었다.
방송 말미, 용준이는 가족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장난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아이는 처음부터 장난감이 필요하지 않았다.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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