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문재인 '맹추격', 안철수 '주춤' 왜?
입력 2012-01-31 11:39  | 수정 2012-01-31 17:37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실 사람들의 관심은 올 연말 치러질 대선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대선가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교수의 양강 구도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들어온 것입니다.

매일경제와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 대선 후보로 누가 적임자인가?'라는 질문에 문 이사장이 16.1%, 안철수 교수가 19.4%를 얻었습니다.

두 사람의 격차는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해 11월에는 30.6% 대 13.3%로 17%포인트나 차이가 났고, 12월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9%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그런데 설연휴가 지나고 한 조사에서 그 격차가 3%포인트로 좁혀진 것입니다.

양자 대결을 볼까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양자대결 시 박 위원장이 44.9%, 문 이사장이 32.6%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교수의 지지율은 보시는 것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는 안 교수가 41.5%, 박 위원장이 39.5%로 안 교수가 앞섰습니다.

안 교수가 여전히 야권 후보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 보이지만, 문재인 이사장의 맹추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안 교수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그의 행보와 관련 있습니다.

안 교수는 지난 설 연휴 직전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고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당시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서울대 교수
- "미국에서 보니까 민주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갖춘 것 같아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이렇게 정치하시는 분들이 맡은 바 임무를 잘한다면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그의 화법이 '신선함'에 매료됐든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안철수 교수가 차기
대선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를 묻는 말에 절반에 가까운 44.4%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습니다.

이쯤 되면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안 교수가 이번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 대안이 바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입니다.

문 이사장은 민주통합당의 통합을 주도했고, 4월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더욱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끼를 선보이면서 국민 호감도가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현 정부의 실정과 맞물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노 바람이 부는 것도 문 이사장 지지율 상승과 무관치 않습니다.

정당 지지율 변화도 대권구도에 변화를 줬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앞지르면서 그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안 교수 없이도 해볼 만 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입니다.

이런 자신감 때문일까요?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안 교수가 바깥에 있다가 단일화를 하자고 하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대권후보가 되려면 민주통합당 시민참여경선에 들어와야 한다며 대놓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다자 대결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생각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박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듯 보입니다.

한나라당은 밉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살려야 한다는 심리일까요?

박근혜 위원장의 '견고함', 안철수 교수의 '주춤', 문재인 이사장의 '급부상'

하지만, 이런 민심의 흐름은 4월 총선에서 누가 승리하는지 그 결과에 따라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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