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이웨이’, 묘하게 닮은 ‘7광구’의 궤적
입력 2012-01-18 10:52 

300억여원의 제작비가 든 한국형 전쟁 블록버스터 ‘마이웨이는 여러모로 지난해 여름 개봉한 한국 최초 3D 액션 블록버스터 ‘7광구를 닮았다.
대형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참여했다는 이유를 빼고도 주인공인 톱스타 하지원을 장동건으로, 하지원이 싸우던 상대 괴물을 전쟁으로 치환하면 얼개도 대충 비슷하다. 100억원대 ‘7광구보다 ‘마이웨이가 세 곱절 많은 물량이 들어가긴 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됐다는 것으로 이해되긴 마찬가지다.
물론 ‘7광구는 ‘마이웨이처럼 칸국제영화제 현지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지는 않았다. 일본의 오다기리 조나 중국의 판빙빙 같은 외국 배우를 기용하지도 않았고, 친일 논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으며 내용과 결말도 다르다. 하지만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가장 ‘핫한 하지원과 국민배우 안성기 등의 출연진, 대규모 제작비, 한국의 인정받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력 등에 쏟아진 관심은 ‘마이웨이 못지 않았다.
하지만 두 영화는 개봉한 뒤 트위터 등 SNS 반응에서 수준 이하”라는 혹평을 들었다는 점이 유독 비슷하다. 일부 영화 관계자와 평론가들이 ‘마이웨이에 긍정적인 평가를 준 게 혹평과 악평 사이를 오간 ‘7광구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 관객들의 SNS에는 두 영화 모두 혹평을 넘어 악평으로까지 넘어가는 수준의 글들이 쌓였다.

‘마이웨이를 향해서는 너무 전투신에만 치중,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구정 연휴까지는 꽉 잡고 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이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혹자는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관객 1000만명까지는 동원하지 못하더라도 참패는 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긍정의 힘이 이어지진 않았다.
앞서 ‘7광구 역시 개봉하기 전 감독과 제작사는 1000만 관객 돌파를 예측했다. 하지만 곧 스토리 라인을 지적당했고, 그나마 괴물만 괜찮았다는 혹평도 쌓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결과는 참담했다. 출발은 좋았다. 40%대 예매율은 고스란히 동원 관객 수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은 줄어들었다. 1주일이 멀다하고 2~3편의 영화가 개봉하는 극장에서는 자연스레 다른 영화로 간판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아직 ‘마이웨이가 국내 상영을 마치진 않아 결과를 예단할 순 없다. 하지만 퇴장 수순을 밟고 있는 건 맞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17일까지 213만1898명이 보는데 그쳤다. ‘7광구는 224만2510명을 동원, 300만 고지도 넘지 못하고 국내에서 간판을 내렸다.
‘마이웨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국내에서 퇴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17일 일본 흥행통신사 집계에 따르면 ‘마이웨이:1만2000㎞의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개봉한 ‘마이웨이는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 이목을 집중시킨다. 중국에서도 2월 말 개봉을 예정하고 있어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7광구가 지난해 12월6일 중국에서 개봉해 1주 만에 2109만 위안(약37억2100만원)을 벌어들으며 국내와는 다른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기 때문. 외국과 우리나라 관객에게 받아들여지는 차이가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7광구의 흥행은 ‘마이웨이의 선전을 기대해 봐도 되는 이유다.
두 영화의 궤적을 따라가다가 맞닿은 지점은 있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 ‘마이웨이의 전쟁 신은 많은 이들이 최고 비주얼이라고 꼽는다. 하지만 적으로 만난 두 남자가 감동을 줄 수 없었다. ‘7광구도 CG 기술력이 좋다고 해도 개연성이 없다면 사랑을 받지 못함을 일깨워줬다. 대작이 아니어도 감동을 주고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영화 ‘써니와 ‘완득이 등이 이미 보여줬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