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정려원, 외강내유 배우…눈물 ‘펑펑’ 왜?[인터뷰]
입력 2012-01-15 13:52 

배우 정려원(31)은 겉으로 강해 보인다. 앙상한 몸매를 안쓰럽게 보기도 하지만 화면이나 스크린 속 그를 볼 때면 강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현재 방송 중인 SBS TV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백여치를 떠올려도 그렇고, 예전 출연작인 ‘두 얼굴의 여친, ‘김씨 표류기, ‘적과의 동침, ‘통증 등에서도 그랬다. 약해 보이는데 강한 캐릭터를 해왔다. 말하자면 쉽게 연기하기 어려운 역할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순수하고 여리다. 감성도 풍부하다. 정려원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고백컨대 인터뷰 도중 그를 펑펑 울렸다(그의 ‘감정이 이렇게 복받쳐 올라올 줄이야라며 이쪽이 더 놀라기는 했지만…). 정려원은 엄마를 떠올리자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렸다. 정말 글자 그대로 ‘펑펑이다. 엄마를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단다.
호주에 살던 정려원은 스무 살이던 2000년, 한국에 놀러왔다가 길거리 캐스팅 돼 4인조 여성 그룹 ‘샤크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연기자로 전업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호주를 왔다갔다 하고는 있지만 가족의 그리움이 큰 때문인지 왈칵 울음을 쏟았다. 괜히 뭔가를 잘못했나 싶을 정도의 분위기라고나 할까?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14일 밤 방송된 KBS 2TV ‘청춘불패에서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그리움에 눈물을 쏟아낸 그룹 ‘소녀시대의 써니와 효연 등 ‘G8의 눈물에서 정려원이 겹쳐 보여 이해가 됐다.
정려원은 호주에서 그렇게 넉넉하게 살지는 못했다. 엄마가 정말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는데 먼 거리에 있는 교회를 새벽 기도하러 가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새벽 기도 다니면 밥이 나와? 돈이 나와?라고 엄마를 공격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5세부터니깐 27년 동안 하루도 안 빼고 새벽 기도를 꾸준히 다니신 것”이라고 했다.

정려원의 모친은 한 때 몸이 안 좋았던 때도 있었다. 정려원은 신을 향해 ‘왜 그토록 당신을 믿었던 우리 엄마를 아프게 하느냐고 따지며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한창 배우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고배를 마실 때였다. 엄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교회는 다녔지만 신을 믿지 않았던 그는 그 때 처음 성경책을 읽고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날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며 울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교회에 가서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는 신앙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통증에서 눈물을 흘린 동현이 생각났다. 자신의 감정에 몰입한 눈물이었을 터다. 정려원은 연기를 할 때 그 캐릭터를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누군가 물어보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항상 첫사랑이라고 한다”며 그 캐릭터를 사랑하면 다른 캐릭터들도 사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현일 때 ‘남순을 연기한 권상우를 사랑했고, 18일 개봉하는 ‘네버엔딩 스토리의 ‘송경일 때 ‘동주를 연기한 엄태웅을 사랑했다고 했다.
‘네버엔딩 스토리(감독 정용주)는 한날한시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와 여자가 예측불허의 사랑 이야기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작품. 천하태평 ‘반백수 동주와 꼼꼼한 성격으로 다이어리 없이는 못사는 철두철미한 은행원 송경이 서로의 운명적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 밝고 경쾌한 영화다.
정려원과 엄태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관계에 의심을 샀다. 또 엄태웅이 동원 관객이 250만명을 넘으면 정려원과 결혼하겠다고 해서 결혼 적령기의 두 사람을 향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려원은 자신이 상대의 연기를 보고 리액션을 하는 스타일”이라며 달콤해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엄태웅과 코드가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연기가 아닌 것에 쏠리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
우리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댄싱퀸에 출연하는) 황정민 선배가 500만명을 넘으면 속옷만 입고 춤을 춘다고 한다는 말로 태웅 오빠의 승부욕을 자극한 거예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유도한 일이 그렇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 연락하기도 어색하고 민망한 사이가 됐어요. 저랑 성향도 비슷해서 완전 친했었는데 말이죠.”
상황은 난처해졌지만 재미있게 촬영을 했고, 기억도 남다르게 남을 것 같다. 그는 이 작품을 결정하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바로 전작인 ‘통증에서 혈우병 환자를 맡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더 이상 아픈 역할은 그만~”이라고 선언했는데 마음을 돌린 이유는 뭘까.
처음에 시한부 삶을 사는 역할이라고 해서 ‘헉!했죠. ‘아니, 왜 또 아픈 역할을 하라고 그래? 안 해!라고 했어요. 그런데 유쾌하고 긍정적인 영화라는 거예요. ‘아니, 시한부가 어떻게 유쾌하고 긍정적일 수 있어? 장난해?라고 생각했는데 보니깐 정말 다르더라고요.”
정려원의 말대로 ‘네버엔딩 스토리는 시한부 삶이라는 어두운 이야기 소재를 밝고 즐겁게 그리려고 노력한 아이디어와 연출력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감동은 있지만 슬프다는 느낌이 아니다. 그는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게 아니니 어떻게 보면 모두 시한부 삶”이라며 영화를 찍으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은 뒤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고 좋아했다.
정려원에게는 안타까운 얘기일 수 있지만 유독 흥행 운이 없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그의 노력과 운으로 많은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동원 관객 수가 세 자릿수를 넘긴 적이 없었다. 그는 제작하시는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래도 작품에 대해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흥행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고, 여전히 나는 성장 중인 것 같다”고 했다.
영화가 흥행하면 행복할 것 같긴 해요. 사람들의 열광을 받아 정말 ‘핫한 스타가 되는 것 쉽지 않아요. 또 오래가지도 않죠. 거품이 많잖아요. 저도 어렸을 적에는 막연하게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탈리 포트먼이 나오는 영화는 궁금하잖아요. 그가 어떤 변신을 할 지 기다리는 것처럼 저도 그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요즘 쟤가 괜찮다며?라고 작품을 보는 것과 어떤 배우가 해 온 것을 보고 작품을 골라서 꼭 챙겨보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를 있게 해준 시작은 노래다. 가수로 복귀할 생각은 없을까. 이번에 태웅 오빠와 영화 엔딩 곡을 불렀어요. 하지만 저는 노래보다는 연기자로서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어요.” 그래서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열정적인가 보다. TV 화면에서 불을 뿜어내고 있는 듯한 정려원의 열정이 느껴진다. 그는 2회 촬영을 하면서 정말 ‘정려원, 녹화 중 사망이라는 기사가 나오는 줄 알았다”며 살짝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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