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하는 3D 애니메이션 ‘코알라 키드: 영웅의 탄생(이하 코알라 키드)의 이경호(44) 감독은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소명 의식이 강하다”고 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제작사 디지아트의 손석현(52)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소명 의식이 강하다는 말은 이 애니메이션을 향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확장시키겠다는 강한 포부도 담겨 있다. 두 사람의 이런 자신감과 기대감이 허황된 건 아니다. ‘코알라 키드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15개국에 200만 달러(약 23억원)에 선 판매됐다. 아직 미국과 영국 등 대형 시장에 내놓지도 않았는데 관심이 상당하다.
여기에 지난해 200만 명 이상이 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영향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손 대표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애니메이션 산업에 굉장한 기여를 했다”며 솔직히 우리 영화를 기획할 때 국내 시장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이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좋아했다.
잘 만들었으면 국내 시장을 기본적으로 충족시키고 이후 해외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손 대표는 3D 애니메이션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 투자비를 돌려줄 수 있어야만 산업이 활성화 될 것”이라며 현재는 애니메이션에 투자할 자금이 묶여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가요, 드라마, 영화, 게임 분야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활성화 돼 있다”며 가능성이 많은 애니메이션 하나만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코알라 키드는 하얀 털을 가지고 있어 무리에서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한 코알라 쟈니가 호주의 대자연에서 홀로 떨어진 뒤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영웅이 되어 간다는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작품. 털 한 가닥까지 신경을 쓴 섬세함과 여러 에피소드를 긴밀하게 연결시켜 재미와 감동을 주려고 한 연출과 기획력이 탁월한 작품이다. ‘왕따라는 내용을 소재로 재미와 감동, 그리고 교육적인 측면도 가미했다.
2004년부터 제작에 들어간 이 작품은 7년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5년 정도 작업을 진행했지만 중단돼 사장될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코알라 쟈니는 탄생했고, 이 감독은 미국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7번이나 고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일본 원숭이도 생각해봤고, 무술을 하는 판다곰도 생각하다가 모두가 좋아할 캐릭터로 코알라를 택했어요. 또 이야기의 개연성을 위해 생각을 많이 했죠. 쟈니를 정신력이 강하고, 재치도 있으며, 남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캐릭터로 설정했습니다. 영화 군데군데 이를 관객이 느끼도록 그려 넣었어요. 위기의 상황에서 나무뿌리를 타고 올라간다거나 자기를 헤치려던 도마뱀을 돕는 마음씨 같은 행동들 말입니다.”
이 감독의 이런 의지와 열정을 손 대표도 믿었다. 30억 원으로 예산을 잡은 ‘코알라 키드는 순제작비만 70억 원(총 제작비 85억원)으로 늘어났다. 손 대표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 처음에는 털 없는 코알라로 갔다”고 회상하며 하지만 결국에 이 감독 등을 믿고 작업을 해 나갔고 만족한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주거니 받거니, 농담도 하고 진지함도 공유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은 전혀 다른데 비슷한 점이 많은 감독과 제작자다. 2006년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를 만들어 500만 달러(약 57억원) 가까운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콤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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