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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엄정화 ‘댄싱퀸’, 작심하고 만들었다…정치·가요계에 경종?[리뷰]
입력 2012-01-10 08:07 

황정민은 연기 잘하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나온 영화와 드라마들이 흥행했던 안 했던 그의 연기를 탓할 순 없다. 그의 존재감만으로 충분히 관객에 어필한다는 말이다. 식상할지 모르지만 수상 소감으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얻은 것 뿐”이라고 말하는 개념까지 가지고 있다.
엄정화도 가수의 이미지는 (개인적이지만) 이제 없어졌다. 배우로서의 입지를 제대로 세우고 있는 연기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에는 ‘마마에서 엄마 역할을 맡아 눈물을 쏙 빼놓았고, 이에 앞서 ‘베스트셀러에서는 신경쇠약에 걸린 작가로도 빼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혼신의 힘을 쏟고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연기자로,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을 전이시켜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두 사람이 내놓은 로맨틱 코미디는 어떨까?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제작 JK필름)에서 부부로 나오는 두 주인공은 한 마디로 극을 풍부하게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조합이다. 초등학교 동창인 두 주인공이 대학생이 돼 우연히 만나서 결혼을 하고 살다가, 또 우연한 기회에 남편은 서울시장 후보, 아내는 댄스가수가 되는 기회를 얻어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웃음과 함께 재미와 감동을 쏟아낸다.
황정민과 엄정화의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는 물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후반부의 진정성 어린 황정민의 대사, 댄스 가수인 엄정화의 혼(?)을 실은 춤과 연기는 보는 이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댄스 가수를 포기해야 하나 뒤늦게 찾아온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쉽게 놓지 못하는 엄정화의 이중생활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또 다른 재미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이렇게 풍자한 영화가 있나 싶다는 것이다. 괜찮은 정치 신인을 찾으려는 눈물겨운(?) 정당들의 노력이 어처구니없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침 건실하고 성실한 이미지의 차인표가 한나라당 용인 수지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다는 후보로 나선다는 루머가 돌아 극이 전하는 정치 현실 풍자에 힘을 싣는다.
황정민이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했다고 어림잡아 20여개가 되는 언론매체가 취재를 나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 탱크 앞에서 살려달라는 의미로 두 손을 들어 올린 황정민이 대한민국 만세~”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민주항쟁의 투사가 됐으니 가능할 수도 있겠다. 영화를 통해 정치와 언론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위트가 넘친다.
감독은 또 실력 없는 이들이 판치는 가요계에도 한 마디 던진다. 늦은 나이지만 실력파 신인을 키우는 기획사라니…. 겉으로 보기에 30대 중반은 돼 보이는 여성 걸그룹을 무대에 올린다? 영화적으로 대중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속된 말로 먹힐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돌이 판치는 우리 가요계에서는 ‘아니다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이런 극중 현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영화가 그래서 더 재밌는지 모르겠다. 또 후반부에는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릴 만큼 진정성이 듬뿍 들어 있다. 황정민이 전하는 정치에 대한 생각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 영화가 정계의 뒷모습을 드러내거나 가요계 등에도 한 마디 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닐 테다. 그보다는 남편과 아내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감동 코미디 드라마로 봐야겠다.
설 연휴를 앞둔 19일 개봉한다. 웃음과 감동은 가족들이 좋아하며 같이 볼 수 있는 코드. 다만 한국영화만 해도 3편이나 설 특수를 노리며 같은 날 동시 개봉한다는 게 변수다. 124분. 12세 관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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