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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라디오’ 들으면 또 듣고 싶을 걸요?[리뷰]
입력 2011-12-29 08:40 

라디오 방송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잠들기 전 DJ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가슴이 떨리기도 하고, 점심 식사가 끝난 뒤 듣는 DJ의 경쾌한 목소리는 몰려오는 졸음을 쫓을 수 있게 한다. 즐겨 듣는 프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고, 혹자는 ‘라디오 마니아가 되기도 했다.
사람을 감성적으로, 또 때로는 방방 뜨게 만들어주는 라디오. 방송국에 보낸 사연이 채택돼 누군가에게 감동이나 재미를 줬을 수도 있고, 또는 자신의 사연이 채택되기 위해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잠 못 이룬 기억이 있을 거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제작 영화사 아이비젼)는 그런 추억거리를 하나쯤은 끄집어내게 해준다.
과거 그룹 ‘퍼플의 리더 신진아(이민정). ‘유어 마이 엔젤로 공전의 히트를 친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지만, 지금은 청취율이 2%도 안 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기는 떨어졌지만 ‘욱하는 그 성격은 고칠 수 없다. 끈기 하나로 오랜 기간 ‘원더풀 라디오를 진행해 온 그녀 앞에 만만치 않은 상대가 나타났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재혁(이정진) PD가 대대적 개편을 선언하며 청취율 높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첫날부터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인다.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 탓에 라디오 부스는 긴장감의 연속이지만 차츰 조화를 이뤄간다. 남편을 그리워하며 노래로 마음을 달래는 엄마(김해숙)를 보고 기획한 진아의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 코너는 대박을 터트리고 그녀는 화제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계속 좋은 일만은 없는 법. 진아를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진아와 이 PD의 성장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DJ와 PD, 작가들의 이야기가 즐거움을 준다. 또 퍼플의 ‘열혈팬이었다가 진아의 매니저가 된 차대근(이광수)의 유쾌하고 어리바리한 모습과 연예기획사 대표(김정태)의 안하무인격 행동을 하는 모습 등도 연예계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 눈길을 끈다.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설정도 보이긴 하지만, 권칠인 감독은 웃음 코드를 사용해 재미를 준다. 이광수와 김정태는 이 코드에 적절하게 열연했다.
감독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동시에, 감동 코드도 포함시켰다. 특히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 코너에서 사연을 전하는 택시운전사와 여고생이 감성을 자극해 눈물을 훔치게 만든다. 비슷한 사연을 들었거나, 직접 글을 쓴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특히 공감하는 지점이다.
이민정과 이정진, 이광수, 김정태 등 등장인물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이민정은 전작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속 캐릭터보다 더 자연스럽고, 잘 어울린다. 완벽하게 진아로 몰입했다. ‘까(고 싶은)도(시)남(자)로 열연한 이정진도 멋스럽다.
영화를 보고 기시감이 들지도 모른다. 어디서 봤을까.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 캐릭터가 떠오를 수 있다. 비호감 여자 주인공 캐릭터와 아이돌 그룹 활동 때 숨겨야 했던 과거, 그리고 오해에서 비롯된 시기와 질투 등이 비교대상이다. 하지만 기시감을 느껴도 ‘원더풀 라디오만의 통통 튀는 장면과 이야기들이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등 좋은 과거 노래들과 이승환이 작사·작곡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건 덤이다.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추천할만한 영화다. 아울러 ‘컬투, 이승환, 김태원, 정엽, 김종국, 개리, 장항준 감독 등 카메오 보는 맛도 쏠쏠하다.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를 연출하고 있고, 수 편의 소설을 발표한 이재익씨가 쓴 이야기를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이 영상으로 담아냈다. 2012년 1월5일 개봉. 120분. 15세 관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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