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생존자 37% “의사 면담시간 턱없이 부족”

상당수의 암생존자들은 병원에서 의사와의 면담시간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불충분한 면담은 암환자의 건강관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 신동욱 교수, 성균관의대 박재현 교수,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저명 국제 학술지인 ‘암에 대한 지지 치료(Supportive Care in Cancer) 10월호에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는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전국 9개 국립대병원(강원, 충북, 충남, 전북, 화순전남, 경북, 부산, 경상, 제주대병원) 지역암센터에 내원하는 2556명의 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대상자는 18세 이상의 암환자로 암 진단 후 4개월 이상 경과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연구에 조사된 진료면담시간은 재진(routine follow-up visit)으로 진단 후 처음으로 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초진(initial treatment)은 제외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환자들이 느끼는 평균진료상담 시간은 7.1분이며, 환자들이 선호하는 평균진료상담 시간은 9.1분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암생존자 2556명 중 37.1%(985명)가 의사와의 면담이 불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젊은 환자, 여성 환자, 고학력자 환자일수록 진료면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 환자군은 항암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한국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6대 암(위암, 폐암, 간암, 직결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이외의 암을 가진 환자군도 6대 암을 가진 환자군에 비해 진료면담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이는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암 정보와, 환우회와 같은 환자자조모임이 대부분 6대 암에 편중돼 있눈 탓으로 풀이된다.
불안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군도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진료면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우울한 환자들이 상담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느끼는 경향도 있지만, 의사들이 항암진료에 집중한 나머지 한정된 시간 안에서 환자들의 심리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까닭으로 보인다.
환자가 의사와의 면담시간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암에 대한 정보 요구도가 더 높았다.
또한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욕부진, 피곤, 피부홍조, 쑤심, 탈모와 같은 신체적 증상이나 우울증과 같으 정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병원 신동욱 교수는 최적의 암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주관적인 요구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면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