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미국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하며 미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인 배우 스티븐 연(28). 밝게 웃는 모습이 특히 매력적이다. 1988년 한국을 떠났는데도 꽤나 한국어도 유창하다. 부모님과는 한국말로 대화하고 틈틈이 한국 친구들도 만난다고 하더니 그래서 그런가보다.
8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그를 20일 서울 광화문 FOX채널 사무실에서 만났다. 좀비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은 ‘워킹데드에서 어떠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쾌활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 시즌 1에 비해 시즌 2에서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주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시건주 캘러머주대 심리학과 1학년, 즉석 연기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그는 의학이나 법학 관련 일을 하려 했는데 포기했다. 좋아하면 열심히 하고, 또 잘 한다”는 그는 그렇게 연기에 빠져들었다. 연기 수업 교수님들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부모님도 기회를 줬다.
연기를 시작한 건 하늘의 뜻이 아니었나 싶어요. 시카고에서 4년, LA에 와서 2년째네요. 시카고에서 소속사를 가질 수 있는가를 물었는데 주위에서 적어도 2년은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6개월 만에 구했어요. 세컨드 시티 극단에 들어갈 때도 바로 합격을 했죠. 이후 LA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면 그 앞에 먹고 살게 마련은 돼 있더라고요.”(웃음)
그는 할리우드에 2009년 10월에 왔었는데 6개월만인 이듬해 4월 ‘워킹데드를 구하게 됐다. 10년, 15년, 혹은 20년이 지나도 배역을 따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쉽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에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특히 ‘워킹데드에 투입되기 전, 파일럿 시즌(본 방송을 시작하기 전 첫 에피소드) 오디션에서 최종까지 갔다 떨어져 낙담했다가 참여한 것이라 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스티븐 연은 극중 글렌처럼 항상 이기고 싶어 하고, 위험한 상황을 자처해 들어가며,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게 비슷한 것 같다”며 실제로도 자신은 경쟁심이 많은 성격이라고 했다.
시즌 1에서 똘똘하고 재치 넘치는 캐릭터에서 사랑을 느끼는 등 변해가는 것에 대해서는 남자로서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니 굉장히 좋다”며 앞으로도 글렌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특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될 것 같다”고 좋아했다. 특히 메기(로렌 코헨)와의 로맨스로 이제는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 셈”이라며 글렌의 우선순위가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예측했다.
스티븐 연은 코미디를 한다면 코미디가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고, 정극을 한다면 주연이냐 아니냐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 한계를 실험하면서 그 역할에 빠져들어 연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공익광고 ‘유 아 게이(You are Gay) 영상이 한국 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연관 검색어가 ‘게이다. 한국말로 풀이하면 동성애자. 그를 향한 오해의 시선이 있다. 스티븐 연은 번역이 제대로 된 건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미국에서 게이라는 말이 비속어로 쓰이고 있는데 광고에서 역설적으로 비꼰 화법”이라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 팬들의 고민은 해결될 것 같다. 게이는 아니라는 것. 과거 인터뷰에서 여자 친구가 있다고도 했던 바도 있다. 아울러 그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최근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자기만의 프로덕션을 가지는 꿈도 꾸고 있다. 일단 먼저 연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를 나중에는 감독으로서 만날 지도 모를 일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 티캐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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