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2년 공백 깨고 솔로앨범 `열꽃` 낸 타블로
입력 2011-11-14 08:07 

상처 입은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민감해진다. 밑바닥으로 떨어져서야 타인의 고통을 감싸주게 된다. 놀라운 건 그로 인해 자기 상처를 이겨낼 힘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타블로가 2년의 공백을 깨고 내놓은 첫 솔로 앨범 열꽃은 그런 고통에 대한 민감함(vulnerability)을 노래한다. 학력 위조설로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은 그를 지난 10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만났다.
앨범 이름은 딸이 감기에 걸려 열꽃이 핀 것을 보고 떠올렸다. "되게 안 좋은 줄 알았어요. 근데 열꽃은 아픈 게 거의 끝날 때 핀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와 닿았어요. 아픔이 극에 달했을 때 포기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하지만 가장 아플 때가 아픔이 끝나가는 신호일 수도 있죠."
집 나쁘다 밑바닥에서와 같은 곡에서 타블로는 먼저 상처 입은 자신을 드러낸다. "지금도 악플러들이 이해되진 않아요. 작년 6월부터 한동안 아무것도 못했어요. 음악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 그에게 웃음을 되찾아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TV였다. 학력위조설을 세상에 떠들며 그를 힘들게 했을 TV 말이다. "딸 앞에서조차 웃지 않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올 초에 무한도전을 보다가 갑자기 빵 터진 거예요. TV는 즐거움을 주면서도 아프기도 하고 웃게 하면서도 겁도 주는 존재예요."
AIRBAG라는 곡엔 다른 이들의 상처를 발견한 타블로의 모습이 담겨있다. "제 주변에 저보다 힘들고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제 미움이나 분노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보이지 않았던 소중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만 남았어요."
아내인 배우 강혜정은 누구보다도 그의 아픔을 함께했을 터다. "저보다 배로 힘들었을 거예요. 이번 앨범은 정신적으론 혜정이와 함께 만든 것이에요."
9월엔 아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4년간 전속 계약을 맺었다. "혜정이가 양현석 사장님과 차 한잔 하러 가자고 했죠. 첫 만남에서 양 사장님은 혼자라도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만 했어요. 그러다 몇 달 뒤 연락이 와서 음악을 보냈어요. 양 사장님이 직접 굉장히 섬세한 감상평을 보내주셨어요.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거였죠."
타블로는 이제 자신이 타인의 상처에 책임을 질 차례임을 안다. "예전엔 힘들면 제 아픔만 생각하면 됐어요. 지금은 제 아픔보다 주변 사람을 보호할 생각을 해야죠. 예전엔 할 수 있다고 상상한 게 많았는데 이젠 그런 게 좀 시시해졌어요. 아기가 행복하게 잘 컸으면 좋겠어요. 제 안의 어떤 한 부분이 영영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새 앨범은 미국과 캐나다 아이튠즈 힙합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파트1과 파트2로 나뉘어 발매된 이 앨범은 13일 미국 빌보드 월드앨범 차트 2위와 5위에 동시에 오르기도 했다. "환영해줄지 몰랐는데 이렇게 좋아해주시니 경이롭고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공감해주시는 분들의 힘이 대단한 거 같아요. 매우 행복해요."
하지만 유통기한은 이 작은 행복도 다시 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타블로는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 "앞으로도 더 힘든 일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켜야 할 것을 알면 괜찮아요."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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