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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이렇게나 망가지다니…‘티끌모아 로맨스’[리뷰]
입력 2011-11-04 13:31 

술에 취해 ‘찌질한 청년 백수 지웅(송중기)이 옥탑방 평상에 자고 있다. 옆집의 억척스런 짠순이 홍실(한예슬)이 무협 소설에서 나올법한 자세로 지웅 옆에 널부러진 빈병을 팔기 위해 ‘날라서 건너온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코믹인데, 어느새 로맨스가 돼 버린다.
단돈 50원이 없어 연애사업에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없고, 월세 옥탑방에서도 쫓겨날 상황에 처한 지웅. 옆집 짠순이 홍실의 도움으로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는 면한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홍실은 두 달간 자신과 함께 돈을 벌어보지 않겠느냐며 지웅을 구슬려 동행한다.
두 사람은 가짜 맛집 현판과 연예인들의 가짜 사인을 판다. 결혼식 하객으로, 밤늦게 약수터에서 배드민턴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야광 셔틀콕을 판매하는 등 각종 아이템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려 나간다. 조금씩 돈을 모을수록 사랑의 감정이 쌓여간다.
항상 좋은 일만 있지는 않는 법. 홍실은 지웅이 다른 여자에게 명품 구두를 사주며 88만원을 허투루 쓴 사실을 알게 된다. 때마침 지웅은 자신이 예전에 살던 옥탑방의 주인집 아주머니와 홍실이 거래를 한 뒤, 재개발로 인해 주어지는 보상금을 가로챈 사실을 알고 만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화기애애하고 유쾌하기만 했던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홍실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알던 펀드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해 그간 모은 돈을 날려버린다.
한예슬의 코믹하고 재미있는 모습은 이전 작품들에서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송중기가 이렇게까지 변한 모습은 처음이다. 시쳇말로 요즘 ‘핫한 송중기가 언론시사회에서 ‘티끌모아 로맨스 이후 배우 생활을 못할 줄 알았다” 고 한 이유가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낮에 자취방에서 ‘야동을 보고 흥분하는 등 자연스러운 20대 모습이다. 부스스한 머리에 옷차림이 남루할 때도 있다. 버스에서 코를 파고 그 건더기(?)를 유리창에 붙이기도, 치골을 드러내기도 한다. 망가지는 것을 꺼리지도, 몸을 사리지도 않는다.
물론 한예슬도 코믹하다. 예쁜 외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송중기의 이미지 변신이 너무 커 돋보이진 않는다.
영화는 취직을 하지 못하는 지웅을 통해 청년 실업의 아픔을 말하거나, 아버지의 도박으로 집이 어렵게 돼 소녀 가장 홍실의 고단함을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깊이 와 닿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얼개를 틀어지게 만드는 상황 설정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장면들도 여럿 있다.
재미와 웃음은 적당하다. 사기를 당해 돈을 몽땅 날린 홍실은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지만, 지웅이가 건네는 마지막 선물은 감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믹과 로맨스, 감동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섞인다. 10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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