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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이란 무엇인가…"알고보면 더 재미있네"
입력 2011-10-14 18:55  | 수정 2011-10-14 21:06
자그마한 F1 차량 몇 대가 지나갔을 뿐인데 말 그대로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중들은 일제히 열광적인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2010년 10월, 전라남도 영암에서 벌어진 F1코리아그랑프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F1이 한국에서 개최 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우리도 모터스포츠에 열광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 포뮬러원? F1? 그랑프리는 무엇?

F1 은 매회 6억의 인구가 TV를 통해 시청하는 이벤트다. 올림픽, FIFA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또한 매년 개최되는데다 세계 19개국을 돌면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세계 최대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F1은 기본적으로 매년 1개국에서 1경기씩만 치른다는 원칙을 세워뒀다. 10월에 개최되는 한국 경기는 '코리아그랑프리'라고 불린다.

포뮬러원(Formula one)은 공식적으로는 ‘FIA포뮬러원월드챔피언십(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이라는 긴 이름의 경기지만 흔히 F1이라고 줄여서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경주로 FIA(국제자동차연맹)이 주최하는 1인승 4륜 자동차 경기다. 구불구불한 서킷을 최고속도 시속 360km 이상으로 달리는 모습이 가장 큰 매력이다. 2400cc 정도의 엔진이지만 약 750마력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1만 8000RPM(엔진회전수)에 달하는 극한의 상황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3~5회 출전하면 엔진을 통째로 교체해야 할 정도다.

◆ F1은 수많은 경기들 합치고 정리한 것

F1 경기는 1950년에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시작됐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자동차 경주장을 다니며 경기를 치룬다. 경기마다 주어지는 점수인 '챔피언십포인트'를 모아 그 총계에 의해 챔피언을 결정하는 경기다. 여기서 그랑프리(Grands Prix)란 '대상'이라는 뜻의 불어로 요즘은 일상적인 시상에 흔히 등장하지만 본래는 1906년 프랑스에서 모터스포츠가 시작되면서 처음 쓰인 표현이다. 당시는 그랑프리라는 말 자체가 모터스포츠 경기를 뜻했다.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 레이스에 대한 열정은 대단히 뜨겁다. 프랑스 르노의 창업자 마르셀 르노(Marcel Renault)도 대단한 자동차 레이스 선수였는데, 1903년에 위험을 무릅쓰고 경주에 참가했다가 사망 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제1,2차 세계대전중에도 자동차 경주는 계속됐다. 이처럼 각국에서 열리는 그랑프리를 모두 재패한 챔피언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영리협회 FIA(국제 자동차 연맹)가 만들어졌다. FIA는 여러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자동차 경주 규정을 만들고 제조사들과 팀들이 규정에 맞는 차를 생산 및 참가하면서부터 F1이 시작됐다.
포뮬러 원이라는 이름 자체가 '1번 규정'이라는 뜻이다. 메이커들이 타이어, 섀시, 엔진 등 규정에 적합한 차들을 내놓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시합을 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F1 외에도 규정에 따라 F2, F3, GP2 등의 경기가 있다.



2010 년 F1은 12개팀이 차를 싣고 19개국을 날아다니면서 그랑프리를 치르는데, 각 팀별 드라이버는 2명씩이다. F1 출전 드라이버는 세계에 24명 밖에 없는 셈이다. 한 팀이 2대의 차를 출전시키고 이를 서로 다른 운전자가 몰기 때문에 드라이버의 기량과 컨스트럭터(차량 제작팀)의 기량이 각기 여실히 드러난다. 그래서 시상도 드라이버스챔피언과 컨스트럭터스챔피언을 나눠서 한다.

◆ 죽음의 경기...오명을 벗다

안전을 이유로 작년부터는 경기 중간 급유가 금지됐다. 급유를 할 수 없어지면서 차에 80리터이던 연료통을 250리터에 달하는 큰 연료통으로 바꾸고 차체가 무거워지는 등, 지나친 안전조치 때문에 F1의 박진감이 줄어들었다는 팬들의 불만도 있다.

FIA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쪽은 안전이다. 60년대 F1을 비롯한 모터스포츠는 '죽음의 레이스'라 불릴 정도로 무서운 경기였다. 경기중 운전자나 관객이 사망하는 것은 그저 게임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검투사의 죽음을 지켜보며 열광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때문에 FIA는 제한 규정을 강화하고 나섰다. 차의 출력을 억제하고 터보 차량을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해 위험을 줄이는 데 노력했다. 큰 윙(날개)과 그라운드이펙트(차체 아래로 공기가 적게 흐르게 해서 얻는 다운포스) 등을 강화해 다운포스(공기가 차체를 누르는 힘)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도 금지사항이다.
흔히 다운포스는 차체 안전을 위해 유리한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여러 이유로 차체를 누르던 힘이 잠시 사라지게 되면 순간적으로 컨트롤을 할 수 없거나 최악의 경우 차체가 공중을 날 가능성마저 있다. F1경기에서는 아니지만, 1999년 르망24시 레이스에서 메르세데스-벤츠 CLR-GT1과 포르쉐 911-GT1이 공중을 날아 대파됐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다운포스는 드라이버는 물론 관중에게도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



2009년 등장했다가 2010년에는 사라진 하이브리드 기능,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s)도 올 시즌에 다시 등장했다. 이 기능은 제동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충전했다가 약 81마력의 전기모터를 이용해 재가속할 때 도움을 주는 장치다. 리튬이온배터리(슈퍼캐퍼시터)를 이용하는 경우와 플라이휠을 돌려서 운동에너지를 축적했다가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같은 기술을 통해 F1은 친환경 고효율을 추구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94년 아일턴 세나의 죽음 이후 F1은 사고에도 운전자가 중상을 입지 않는 시스템을 갖춰왔다. 날로 발전해온 F1은 이제 단순히 무자비한 속도 경쟁을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온가족이 둘러 앉아 즐기고, 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 하는 실로 중대한 스포츠가 된 것이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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