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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감독, 아동보호법 위반과 재판 매도?…논란에 답하다[인터뷰]
입력 2011-10-02 08:37 

어딜가든 ‘도가니 얘기를 해요. 길거리, 식당, 술집에서도요. 심지어 어떤 사건, 사고 앞에 ‘도가니를 붙이던데요?”
영화 ‘도가니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평일에만 10만명씩 관람한다. 현재 210만명 이상이 영화를 보고 가슴 아파했거나 분노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 등 모든 분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힘들어보였다. 잠도 깊이 들지 못하고, 모르는 번호로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가 걸려 오며 인터뷰 요청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무겁고 어두운 영화라 흥행이 잘 될까라는 얘기들이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시고 가슴 아파하시더라고요. 못 만들지 않았구나 생각했죠. 처음에는 좋았는데 잠깐이었고, 지금은 조금 힘들어요.”
‘도가니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작가 공지영씨의 동명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황 감독은 어느 정도 반응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면서 하지만 그 반응이 너무나 빠르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순제작비 25억원을 들여 만들었는데 이미 손익 분기점은 넘겼어요. 솔직히 이 상태로 간판을 내려도 괜찮아요. 손익분기점도 넘고 좋은 평가도 받았으니, 200만 정도만 찍고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모르겠네요.”
그는 연일 쏟아지는 관심과 기사들 탓에 인터넷을 멀리하고 있다고 했다. 특정인을 향한 비난도 가해지고, 정치권으로까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됐기 때문.

그러면서도 몇 가지 논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 사건과 극중 재판의 판결 형량(실제 사건 1심 판결은 실형, 고법 판결은 집행유예가 나왔지만 극중 판결은 1심에서 집행유예가 됐다)을 다르게 한 의도와 아동보호법 17조를 위반했다는 지적 등에 대한 것.
황 감독은 형량을 줄인 게 판사의 판결 자체를 왜곡하고 매도하려고 한 뜻은 아니었다”며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 1심과 2심 재판과정을 모두 넣을 수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징역 몇 개월에 집행유예 몇 개월이라는 판결은 그날 바로 석방되는 가벼운 형량인데 제 주변 사람들 60~70%는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 사람들을 무죄로 만들 수는 없고, 그렇다면 숫자라도 줄여서 무척 가벼운 형량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르고 풀려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안타깝고 분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는 또 법정에서 재판관은 ‘검찰 측은 석방절차를 준비해주십시오라는 영화 속 대사를 하지 않는다”며 혹시라도 사람들이 가해자들이 징역형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할까봐 일부러 이 대사도 넣었다”고 강조했다.
아동보호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했다. 아동보호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서 공부해 현장 경험이 있는 그는 ‘도가니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오히려 법적 장치가 없는 게 문제가 아닐까요? 법적 장치가 마련 돼 있다면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대로만 따르면 괜찮잖아요. 미국에서는 ‘스튜디오 티처가 있어 아이들과는 몇 시간 이상 찍으면 안 되는 것을 알려주고, 수위 높은 장면에 대해서는 판단해주거든요. 솔직히 아동보호법 위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당황스러워요. 저희를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시스템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 감독은 섬세하고 치밀한 성격처럼 보였다. 스포일러가 되서 언급할 순 없지만 소설과 조금 다른 결말과 인물·상황 설정 등은 고민과 생각을 거듭해 나온 결과물로,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의 데뷔작인 ‘마이 파더(2007)는 입양아 출신 주한미군의 친부모 찾기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내리 두 편을 우리 사회 문제와 직접 관련 있는 일을 연출했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를 묻자 또 솔직하다.
서울대 신문학과(현 언론학부) 90학번인데, 80년대 후반 학번 선배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데모도 많이 했죠. 다른 사람들처럼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데 어느 순간 지쳤어요. 대학 졸업할 무렵에는 뭘 할지 정하지도 못했고, 막연하게 사회적인 문제들과는 멀리 떨어져야겠다 했어요.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시작했는데 다시 사회의 한 가운데 서있게 되니 어리둥절합니다.”
그래도 그는 이슈라는 건 다른 이슈가 생기면 대체되고, 언젠가는 이 문제가 잠잠해지겠지만 아예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뭔가를 남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급작스러운 관심을 받게 됐는데 이 파장이 정치적인 방패나 창으로 이용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논의가 돼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갔으면 해요. 언론과 정치인 같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할 일이잖아요. 잘 이끌어줬으면 해요.”
전작 ‘마이 파더가 흥행에 부진해 속상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과해서 다음 작품 준비에도 고민이 많다는 황 감독. 내리 두 작품을 무거운 주제를 택하게 된 그는 일부러라도 주변에 다른 장르를 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다닌다.
제가 의도하지 않은 짐이 생겨버린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는 조금 변화를 주려고요. 웃고 떠드는 코미디도 하고 싶어요. 만들 때도 그렇고, 관객들이 볼 때도 그렇고 즐겁잖아요.”(웃음)
황 감독은 공유와 정유미라는 두 배우가 영화의 뼈대와 몸통이라고 한다면 이 아이들은 영화의 심장이다. 사람들을 가슴 뛰게 하고 극장으로 이끈 것은 아이들”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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