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페루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엠블랙 미르와 지오가 편지를 띄웠다.
미르와 지오는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코이카(KOICA)의 꿈' 프로젝트에 합류, 지난 14일부터 28일까지 페루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박보영 김호진 구준엽 박정아와 함께 이번 봉사단에 합류한 미르와 지오는 연예인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현지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
26시간에 달하는 장거리 비행 끝 생애 처음 페루 땅을 밟은 미르와 지오는 설레는 마음도 잠시, 지독한 고산증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 희망을 심어주고 돌아온 이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지오가 보낸 편지>
페루. 내게는 미국, 일본, 태국처럼 익숙한 나라가 아닙니다.
한국과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있고 시차도 14시간이나 나지요. 봉사활동 현장은 고도 3000~4000m에 육박합니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고,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페루에 온 첫 날. 쿠스코로 향했습니다. 리마에서 느끼지 못했던 고산증을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호흡이 힘들고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산소가 부족해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이었죠.
조금씩 적응할 때 쯤 태권도 시범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쿠스코의 한 경기장에 갔습니다. 그 곳에선 한국인 태권도 사범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페루의 많은 국민들에게 태권도를 알리고 계셨는데 놀라운 사실은 페루의 시골에서도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창작품세를 배우고 시범경기 홍보를 위해 광장에 갔습니다. 아이들은 소극적이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우릴 바라봐 줬고, 홍보 전단지를 흔쾌히 받아들었습니다. 아직은 적응되지 않아서일까요. 그날 밤, 고산증에 겨우 잠들 수 있었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어느새 고산증에 적응했나봅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호흡이 편했어요. 봉사일정에 이 곳 저 곳 이동하며 시간이 흘렀습니다.
태권도 시범경기 날.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아줬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태권도에 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시범경기엔 저를 포함한 여러 봉사단원들의 퍼포먼스도 있었고요.
창작 품세를 하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고, 한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러웠습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시범경기가 끝나갈 무렵, 관람하던 페루 국민들은 태권도의 매력에 푹 빠진 듯 했습니다.
이후 리마로 이동, 한국어, 한국 전통, 한국 음악 등을 페루 아이들에게 알렸습니다. 놀랍게도 페루 사람들은 이미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였습니다.
다음 여정은 와라스였습니다. 4000m에 가까운 고산에 위치한 한 학교를 찾았죠. 아이들은 부족한 환경속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화장실 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금방 가까워 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건네는 초코빵과 비타민에 너무나 기뻐했고, 고마워했죠. 별 것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이 이 곳 아이들에겐 처음 맛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화장실과 부엌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삽과 망치, 곡괭이.. 장비가 충분치 못했지만 여러 단원들이 합세하니 어려운 작업도 뚝딱뚝딱 해결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른 현장에선 의료봉사도 진행했습니다. 저는 소아과와 안과일을 도왔어요. 아이들은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가 부풀어 있었죠. 어른들은 이 곳 저 곳 아픈데가 많았고, 특히 안과 진료가 절실했습니다.
이 편지를 쓰는 지금, 저는 페루에서 어느 덧 열흘을 보냈습니다. 봉사활동은 내가 타인에게 위로를 주고, 나도 위로를 받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뜻 깊은 경험을 한 건 앞으로 살아가는데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몇 일간의 봉사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코이카(KOICA)의 꿈'은 해외 각지에서 한국을 알리고자 활동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페루, 파라과이,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세네갈 등 총 5개국에서 진행된다. 90여 명의 MBC 해외봉사단원을 포함해 연예인, 의료진 등이 함께 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