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약을 먹어도 통증이 계속되면 ‘만성통증을 의심하라’
입력 2011-09-29 11:10 
30대 직장 여성 김지연씨(가명)은 3개월 전부터 머리가 아파 약을 먹어 보지만 그 때 뿐이다. 요즘엔 일에도 집중이 안 되고 밤에 잠도 통 자지 못한다. 그래서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의사의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분명히 머리가 아픈데, 원인을 알 수 없다니 답답한 마음이다.
40대 이하의 청장년층 환자들이 40대 이상의 중노년층 환자에 비해 심각한 통증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통증으로 인해 우울감, 불안감 등 부정적인 경험과 자살충동 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황은 대한통증학회(회장 문동언,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가 전국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환자 임상데이터 및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통증환자 1만26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임상데이터를 질환별로 분석한 결과, 신체조직 손상 결과로 나타나는 통각수용통증(침해성통증)이 51%(6429명)로 가장 많았다.

통각수용통증은 일반적으로 손상된 부위가 치유되면 자연히 소실되지만 신경병증통증은 신경손상에 의한 통증질환으로 난치성 질환에 속한다.
문제는 40대 이전의 젊은 환자들은 치료가 쉬운 통각수용통증(41.5%, 1540명) 비율보다 치료가 어려운 신경병증통증 및 복합통증 비율이 57.3%로 약 1.4배 높았다는 것이다.
40대 이후에서는 통각수용통증과 신경병증통증 및 복합통증 비율이 6대4 정도로 비교적 치료가 쉬운 통증질환 비율이 높았다.
통각수용통증은 수술 후 통증, 다치거나 삔 후의 통증, 분만 통증, 관절염 등으로 인한 비교적 치료가 쉬운 질환이다.
그러나 신경병증통증은 신체의 손상이 아닌 신경세포의 손상이나 신경계의 기능이상으로 통증의 신호를 뇌에 보내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자극이 없는데도 감전된 것과 같은 통증을 느끼거나 약간의 불편감 정도인 자극에도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는 통각과민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신경병증통증, 대상포진후신경통, 삼차신경통 등이 이에 속한다.
복합통증은 이런 신경통증과 통각수용통증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질환으로 척추 수술 후 통증, 심한 척추관협착증, 손목터널증후군 등이 있다.
문동언 회장은 젊은 층에서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통증질환이 많은 이유는 젊은 층의 경우 사회활동이 많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외상 등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환자 10명중 4명 통증 땜에 자살충동 느껴”
학회가 전국의 통증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1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들은 통증으로 인한 부정적인 경험 중(복수응답) 수명장애를 60.1%(637명)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우울감 44.2%(467명), 집중력 및 기억력 감소 40.3%(427명), 불안감 36.7%(389명), 경제활동 제한 34.4%(365명), 가정불화 9.5%(101명), 실직 8.1%(86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4명꼴인 35%(345명)는 통증으로 인해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답해 통증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철 기획이사(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이번 조사결과는 사회경제 활동의 중심이 되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 통증으로 인한 수면부족이나 우울감, 불안감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심리적 상태는 결국 경제활동제한이나 실직과 같은 가정경제 붕괴의 문제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통증, 증상과 원인 구분해 치료해야 효과
이런 탓에 만성통증을 일반통증과 구분해 환자 본인이 먼저 인지하고 치료의지를 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통제를 복용해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거나, 더욱 심해지는 경우, 특히 통증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원인이 되는 질환이 치료됐는데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일단 만성통증을 의심해야 한다.
통증은 증상와 원인을 먼저 구분하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통각수용통증은 비스테로이드소염제, 마약성 진통제 등으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신경병증통증은 가바펜티노이드 같은 항경련제와 삼환계 항우울제와 같은 보조진통제가 가장 먼저 처방되며 필요하면 의료성 마약성 진통제의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복합통증 또한 신경병증통증의 요소를 포함하므로 신경병증통증에 준해 치료돼야 한다.
문동언 회장은 통증은 감각에서 느끼는 주관적인 느낌까지 총체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그 기전이나 진단, 치료 등이 매우 복잡하다”며 무엇보다 ‘꾀병으로 오인돼 환자들의 실질적 고통은 물론 심리적 위축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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