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정재영, 진지와 유머가 둘다 어울리는 배우[인터뷰]
입력 2011-09-27 08:37 

도연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내 몸뚱아리는 전도연의 몸뚱아리가 아니라 배우의 몸뚱아리다. 노출도 두렵지 않다라고 표현했어요. 이건 60세는 돼야 하는 말인데 어디서 무슨 공부를 하는 건지, 원….”(웃음)
배우 정재영(41)은 9년 만에 다시 ‘칸의 여왕(엄밀히 따지면 9년 전에는 아니었지만)과 재회했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카운트다운(감독 허종호)을 통해서다. 그는 자신이 ‘피도 눈물도 없이 촬영 때는 물론, 촬영 외 시간에도 과묵하고 진지한 인물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유해졌고 유머러스해졌지만 그 때는 그럴 수 없었다. 매 장면마다 따귀를 때리고 배도 걷어찼으며 욕도 했기 때문에 너무 미안했다는 설명.
그 때는 도연씨를 볼 수도 없었어요. 내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연기를 했죠. 막 장난치다가 때릴 수는 없잖아요. 그 때 전 나이도 어렸고 진지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진지하게만 생각하면 고리타분하잖아요. 뭔가 있는 양 그랬는데 솔직히 그런 거 없거든요.(웃음) 그때는 솔직하지 못한 삶이었던 거죠. 지금은 최대한 솔직하게 살고 있어요.”
자신이 변한 것처럼 전도연도 어떤 점에서 변한 것 같으냐고 묻자 되려 전도연의 열정과 정열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칸의 여왕이 됐다고 해서 자기 얼굴을 예쁘게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카운트다운에서 물에 빠진 상황은 민감할 수도 있지만 전도연은 모니터도 안 보고 연기만 한다”며 추운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연기하는 것을 보면 역시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추어올렸다.
정재영은 전도연의 몸뚱아리” 표현이 감명 깊게 느껴진다면서도 자신은 지극히 자기 몸뚱아리일 뿐”이라고 했다. 내 몸뚱아리는 돈이다. 돈! 계속 연기를 해야 하니 다치면 안 된다”고 장난스럽게 말하고 웃고, 또 주위도 웃겼다.
그는 관객들이 정재영의 다음 작품을 보고 싶다고 한다는, 그 정도면 나에게는 최고의 평가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 계속하며 한치 앞만 내다보고 가면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재치 넘치게 답했다.

영화 ‘카운트다운은 두 남녀가 서로 다른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한 후 10일간 목숨을 걸고 동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정재영은 극중 냉혹한 채권추심원 ‘태건호를 맡았다. 자신의 사채 빚을 모두 상환하는 날, 간암 선고를 받고 10일 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인물. 자신과 장기조직이 일치하는 여자 ‘차하연(전도연)을 찾아가지만 위험이 곳곳에 도사려 생명을 위협받는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한 모습을 어찌 그리 잘 표현했는지, 그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올 때면 어깨를 짓누르는 답답함이 전이된다. 삶의 끈을 간신히 잡고 버티는 그의 과거가 중반 이후 드러날 때는 먹먹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영화 뒷부분 때문에 처음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밝거나 유머러스하면 안 되니까요. 제 과거의 일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왜 저렇게 행동하고 살았는지, 죽어도 될 만한 놈인데 살려고 하는지가 좀 더 잘 이해될 것 같다고 생각했죠.”
정재영은 삶이라는 건 내가 부자라고 해서, 또는 가난하다고 해서 살아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건호는 의미 없는 삶이더라도 그냥 살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건호를 대변하며 몰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시나리오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좋아했다. 전기충격기를 들고는 있으나 그런대로 싸움 잘하는 인물이었는데 갑자기 간암에 걸리고, 부모님에게 찾아가 사과나 위로의 말을 전할 줄 알았는데 왜 자신을 낳았냐며 추궁하는 신 등 예상 외로 흘러가는 스토리가 독특하고 ‘세게 다가왔단다.
정재영은 사실 건호는 자신의 현실과는 너무도 다르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솔직히 답답했다”며 웃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릭터 상 절대 그럴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카운트다운 속 대사 ‘아이러니가 또 다른 제목이 된다고 강조했다.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말도 아이러니, 눈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와 몸이 편하지 않은 아버지가 건호를 낳고, 건호가 몸이 불편한 아이를 낳은 아이러니…. 영화의 처음과 결말이 아이러니예요.”
현실도 아이러니의 연속이라고 웃는다. 배우가 된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 것. 그는 20세가 되기 전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본 연극을 통해 연기를 접했다고 했다. 자유스러워 보이는 기자나 프로듀서가 꿈이었는데 연극과에 입학하고 연극의 매력에 빠져 현재까지 왔다.
제 인생에 한 번 더 아이러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나중에 제가 나이가 더 들어서 유아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아이들한테 굉장히 불친절하거든요. 아니면, 애견센터를 운영하든가!”(웃음)
‘가볍고 코믹하거나, 무겁고 진지하거나 영화 ‘바르게 살자 ‘신기전 ‘강철중: 공공의 적 1-1, ‘김씨 표류기 ‘퀴즈왕 등에서 연기한 배우 정재영에게 쏟아지는 시선이다. 풋풋한 사랑을 표현할 순 없어도 완숙하고 그만의 멜로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멜로 연기는 보여주지 않을까.
그는 공감할 수 있는 멜로가 있다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맞춤옷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멜로라는 장르에 대한 어려움과 제작이 많이 되지 않는 현실 상황적 한계도 있다. ‘사랑과 영혼을 진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그는 ‘사랑과 영혼과 ‘첨밀밀 같은 멜로를 꿈꾼다고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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