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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의뢰인’ 통해 연기인생 제2막 시작한 기분”
입력 2011-09-25 11:55 

하정우는 비단 관객들이 사랑하는 배우만은 아니다. 그와 함께 작품을 한 배우들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기자들도 아끼는 배우다. 스크린에서 발산하는 아우라와 연기력 외에도 그에겐 인간적인 매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사진 촬영만은 유난히 쑥쓰러워하던 하정우가 모처럼 카메라 앞에서 환하게 웃어보였다.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듯 했다.
29일 개봉하는 ‘의뢰인은 국내 첫 법정 스릴러물을 표방하고 있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추격자 ‘국가대표 ‘황해 같은 전작들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매력적인 스타 변호사로 돌아온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그동안 바닥 인생을 주로 연기하다 오랜만에 엘리트 변호사 역을 맡으니 신선했고 쑥쓰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의뢰인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두고 벌이는 변호사와 검사의 치열한 반론과 공방 속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판결을 예고하는 법정 스릴러물.
하정우는 승률 99% 스타 변호사 ‘강성희 역을 맡아 엘리트 수석검사 ‘안민호(박희순)와 불꽃 튀는 법정 공방을 벌인다. 현란한 CG나 거대한 스케일이나 액션은 없지만,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력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드라마 ‘히트에서 검사 역을 맡았던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첫 눈에 변호사 역에 호감이 갔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소개가 없어 색칠 할 것이 더 많았고, 입체감 있게 만들어나갈 수 있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의뢰인은 전형적인 스릴러물의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반전과 베테랑 배우들의 서로 다른 매력이 완성도 높은 영화로 빚어졌다. 하정우의 말마따나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과 세 명의 주연배우들이 어떻게 리액션을 하고 반응하는 지를 지켜보는 것이 묘미”다.
변호사라는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캐릭터도 하정우가 하니 달랐다. 앞서 언론시사 후 하정우의 캐릭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호평이 쏟아져나왔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야구 신은 원래 ‘골프 신이었다. 그러나 법정 스릴러라는 생경감에서 오는 거리감을 좁이기 위해 야구로 설정을 바꿨다. 하정우는 변호사라고 하면 1차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배제하고 의외성을 찾아가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미국 드라마 ‘굿 와이프에는 다양한 변호사가 나와요. 말더듬이도 있고, 웨스턴 부츠를 신고 오토바이를 타는 변호사도 있지요. 관객의 눈높이를 어떻게 하면 뒤통수를 쳐가며 재미를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함께 출연한 박희순과 장혁과의 호흡도 최고였다. 세 명의 배우가 펼치는 연기는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치닫게 한다.
희순이 형도 연륜이 있고 신뢰감이 있는 배우여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줬고요. 그래서 강 변호사가 놀 수 있었죠. (장)혁이 형도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폭발력이 있었죠. 편집본을 수차례 봤는데 스크린에서 혁이 형의 연기는 최고였어요.”
이번 영화가 배우 하정우에게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그는 ‘황해가 연기 인생 1박이었다면, ‘의뢰인은 2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그리고는 그동안은 방황하는 청년, 떠돌아다니는 들개, 짐승이었다면… 이제부터 남자의 느낌, 시작을 알리는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네요”라며 특유의 재치넘치는 설명을 곁들였다.
‘황해의 아쉬운 흥행을 뒤로 하고 전력투구한 이 작품에 대해 거는 기대는 어떨까. 여전히 흥행에 대해선 감이 오질 않는다며 고개를 흔든다. 잠시 생각하더니 장르적 특성상 300만이 넘는다면 만족할 것 같다”고 겸손한 답을 내놓는다.
어느덧 흥행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면서 책임감도 커지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연기를 하면서도 관객과의 공감을 생각하게 되고, 맞게 가고 있는 건가를 돌아보기도 한단다. 하정우는 이 대목에서 내 자신이 의심이 들 때 제일 혼란스럽다”며 그럴 땐 집에서 일 해주시는 아주머니에게도 물어본다”며 껄껄 웃었다.
무엇보다 가족은 친구들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아버지 김용건은 ‘의뢰인 VIP 시사에 참석해 큰 배우가 된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하정우는 제가 이 일을 하고 가장 기뻤던 건 아버지가 잘 된 걸 너무 좋아하신다는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지금도 아들 못지않게 왕성한 연기활동을 하는 아버지는 늘 경조사를 잘 챙기라고 말씀해주신다. 주말마다 시즌이 되면 땅끝 마을 스태프 막내 결혼식까지 챙기고, 언제나 인간관계를 1번으로 중요시한다”고 가르침을 전했다.
동생도 조승우 양동근과 함께 ‘퍼펙트 게임이란 영화를 촬영하며 제몫을 다 하고 있다. 동생을 통해 양동근을 소개받을 정도로 일을 떠나 친화력이 좋다는 점에서 형으로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고현정과 호흡을 맞췄던 ‘히트 이후 줄곧 스크린에서만 얼굴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 출연 계획은 없을까. 드라마는 안방 시청자들과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어요. 기회가 되고, 좋은 작품만 있다면 출연할 마음이 있어요.”
당분간 하정우를 보려면 극장을 찾아야 한다. ‘의뢰인 개봉이 끝나면 최민식과 투톱으로 출연한 액션물 ‘범죄와의 전쟁 개봉이 기다린다. 뒤를 이어 공효진과 호흡을 맞춘 영화 ‘러브 픽션도 만날 수 있다. ‘러브 픽션 촬영이 마무리되는 11월경엔 동료·후배 배우들과 함께 보름간 국토 대장정에도 나선다.
서울에서 속초까지는 자전거로 가고, 속초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부산까지는 걸으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대장정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까도 생각 중입니다.”
수준급 그림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쉰을 넘기면 백남준을 비롯한 예술가들의 전기영화를 제작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늘 말하지만, 클린이스트우드 같은 배우인생을 삶고 싶습니다. 중년이 되어서 멜로연기도 하고 영화 제작도 하면서 늙어가는 모습을 필름에 남겨두고 싶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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