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엄마 없었으면…” 아이 괴롭히는 잘못된 사랑법
입력 2011-09-20 09:56  | 수정 2011-09-20 10:03
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그런데 엄마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쓴 글의 한 토막이다. 정성스럽게 해먹이고, 부족한 거 없이 해주었으니 아이들이 당연히 행복하리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때리거나 윽박지르는 것만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엄마의 실망하는 표정만으로도 아이는 큰 아픔을 느낀다.

40여 년간 엄마와 자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온 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 문은희 박사. 그녀가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예담프렌드)를 통해 엄마들이 사랑인 줄 알고 무심코 저지르는 16가지 잘못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다른 교과서적인 ○○해라”식의 자녀교육서와는 다르다. 문제를 간단하게 ‘엄마의 탓으로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올해 72세인 저자가 오랜 시간 상담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엄마들이 왜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는지 그 원인까지 꼼꼼히 알려준다.

엄마 말 잘 들어야 착한 아이지.” 넌 내 전부야” 너 어렸을 때 의사 선생님 되고 싶다고 했잖아” 엄마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하지만 사랑하니까, 아이를 위해서 하는 이런 말들이 정작 아이들의 가슴을 피멍 들게 하고 있다면 믿어지는가?

지금 엄마들은 아이가 정말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잘 모른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니 누구보다 잘 안다고 여기며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끌고 가려한다. 혹 말을 안 들으면 넌 내 전부야”라고 부담을 주거나,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괴로워한다. 이런 악순환이 결국 엄마와 아이 간의 넘을 수 없는 마음의 벽이 된다.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이런 벽을 허물기 위해서 엄마들이 지금까지 무심코 해온 말과 행동 중에서 잘못된 점들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나아가 진심으로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엄마 자신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보는 것이다. 그 옛날 엄마의 어떤 말들이 자신에게 상처가 됐는지, 그 상처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지 기억해내야 한다. 네가 잘 하는 게 뭐가 있어?” 열심히 하지 않으려면 그만둬” 그런 친구하고 같이 다니지 마” 각자의 기억을 되살려 당시의 느낌을 떠올리다보면 어느 순간 아이의 마음이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사랑해서 혹은 아이를 위한다는 말이 정작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면 이제는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이 아닌,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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