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16일 방송분에서 한승오는 다소 독단적으로 두 밴드의 협연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다른 의견을 내는 헤이즈에게 마음대로” 난 반대”라고 말을 자르는 모습 등이 편집된 것. 하지만 엠넷이 공개한 16분 분량의 영상의 분위기는 보다 부드러운 것이 사실이다. 한승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관점에 대해 걱정하는 헤이즈에게 로커다운 기상을 보여주는게 어떨까”고 웃으며 이야기 한다. 또 일정부분은 밴드가 밴드와 협연 할 때 어쩔 수 없이 부딪치게 되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연장자인 한승오의 분위기가 다소 고압적이었음을 증명하는 대목도 있다. 편집돼 방송되지 않은 부분에 헤이즈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함돼 있던 것. 헤이즈는 양보하면 손해 보는 거다. 후렴 다 포기했잖아.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아”라며 밖으로 뛰쳐나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첫 문제제기 이후 한승오는 19일 오후 자신들의 팬카페를 통해 두 번째 입장을 표명했다. 한씨는 "이건 마치 성희롱 기준과도 같은 것이다. 당사자가 묘멸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성희롱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예리밴드 논란은 소위 밴드의 아집과 방송의 권위주의가 충돌해 벌어진 비극이다. 실제로 예리밴드는 일정부분 방송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왜곡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방송은 편집을 통해 출연자의 본의를 뒤틀 수도 있다는 것은 굳이 사례를 언급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이 같은 편집은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출연자는 일종의 ‘방송도구라는 인식이다. 이는 방송사의 심각한 권위주의에서 비롯한다.
결국 19일 Mnet ‘슈퍼스타K 3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최근 예리밴드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시청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치게 된 점 거듭 사과드린다. 이후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들과 참가자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보다 신중히 만전을 기해 제작하겠다”며 최근 사태에 관한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예리밴드의 태도 역시 공감을 쉽게 얻지 못한다. 한씨의 주장대로 "한 번 악역이 정해진 캐릭터는 끝까지 가게 되는 슈스케의 특성상 우리는 이후 방송에서도 그렇게 묘사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됐다"며 "실시간으로 문자투표가 진행될 탑10 생방에서 과연 그간의 이미지를 배제하고 경연 모습만으로 이미지를 갑자기 쇄신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하다고 확신한다"는 건 순전히 예리밴드의 판단이다.
이처럼 ‘슈퍼스타K3'라는 프로그램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확신하는 예리밴드가 "원래 그런 방송인지 모르고 나갔냐 라는 분들도 간혹 있다. 그렇다, 멍청하게도 모르고 나갔다"고 적은 것도 분명 모순이다.
물론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 '슈퍼스타K2'에서 ‘악역으로 분류됐던 김그림은 가수로 데뷔 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가수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 애초 ‘슈퍼스타K3가 오디션을 표방한 선과 악의 캐릭터 구도일 뿐이라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시청률 20%대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겠냐는 점은 예리밴드 역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톱10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밴드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도 간과할 수 없다. 방송직후 어떤 매체나 네티즌도 예리밴드와 한승오의 태도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기실 예리밴드의 태도논란은 스스로가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 때문에 예리밴드의 아집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처음 지역 예선에 합격 후 어디든 나가고 싶다. 록을 지상에 알릴 수 있는 위치에 섰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한승오는 그 위치에 설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밴드도 '슈퍼스타K3'에서 당당히 대중들의 높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 역시 물거품이 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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