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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김선아 이 여인을 죽게 하면 말이 안 되지[인터뷰]
입력 2011-09-15 10:07 

제 버킷리스트의 마지막이요? ‘여인의 향기의 연재와 똑같아요. 사랑하는 사람 품 안에서 제 생을 마감했으면 좋겠어요. 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로맨틱한 것 좋아하거든요.”(웃음)
배우 김선아(36)는 최근 끝난 SBS 주말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했다. 아니, 아직도 연재로서의 삶과 생각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고 그동안 자신이 해보지 못한 일들을 ‘버킷리스트에 적어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여주인공. 일본 오키나와 여행에서 남자를 만났고, 해피엔딩이 아닐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사랑에 시청자들은 같이 눈물을 흘리고 공감하기도 했다.
김선아는 여전히 여운이 가득 남아 연재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마음의 정리를 안 하고 있었는데 해야 하나요?” 깜짝 놀라며 동그랗게 뜬 눈을 보니 ‘여인의 향기 속 연재가 다시 떠오른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역할에 빠져나오기 무척 힘들어하는 편이고, 현장을 잘 못잊는다”는 김선아. ‘김삼순(내 이름은 김삼순)도 그랬고 ‘신미래(시티홀)도 그랬다. 이연재도 마찬가지일 것 같단다.

아직도 (드라마가 끝난 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한숨) 많이 아쉬운가 봐요. 시원한 마음은 하나도 없고, 더 촬영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선배, 동료 배우들 및 스태프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커요.”(웃음)
김선아는 가슴을 치며 힘들 것이라고 예측을 하긴 했는데 예측한 것보다 조금 더 아팠다”고 회상했다. 엄마들이 마음이 아플 때 가슴을 치잖아요. 전 가슴이 만날 아픈 것 같았어요. 몸이 아픈 것도 그렇고 감정 신이 너무 많다보니 매 신이 가슴 아팠죠. 그래서인지 절대 못 잊을 작품 같아요.”
사실 드라마가 오픈되기 전, ‘이연재는 촌스러운 노처녀 ‘김삼순과 비슷한 캐릭터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순이는 애초부터 없었다. 김선아는 연재에 녹아들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시놉시스를 보고 ‘연재는 이럴 거야, 이렇게 살아 왔을 거야라고 생각했죠. 말을 막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소심해서 큰 소리로 말하지 않고 입도 크게 벌리지 않아요. 전작들의 캐릭터가 말을 많이 했다면 연재는 눈치를 먼저 봐요. 그리고 말하는 템포도 한 단계 느리죠.”
그는 그런 연재가 오키나와 여행에서 자신을 잊어버리고 목소리 톤이 한 단계 올라 간다”며 하지만 의료원으로부터 전화도 오고 세경(서효림)을 만났을 때 현실을 깨닫고 다시 톤이 내려 간다. 이런 톤의 차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굉장히 많이 신경 쓰면서 연기를 했다”고 몰입했다.
김삼순 보다 이연재와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는 그지만 솔직히 1~2회를 촬영하며 연재가 너무나 답답했고 속이 터져 미치는 줄 알았다”고 웃긴다. 삼순이처럼 내지르는 것이 없었기 때문. 내심 삼순이가 나타나길 바랐다”고 했지만 연재는 자신만의 방법을 택했다. 조금 모자라고 소심한 듯한 모습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성격이 회사에 사표를 던졌을 때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김선아는 사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연재의 삶 혹은 죽음에 대한 결말을 미리 알고 있었다. PD와 작가, 김선아 이렇게 세 명만 공유한 비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2월쯤이었을 거예요. 연재가 ‘7개월 이틀째를 살고 있다라고 하는 말에 소름이 돋았고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자체가 희망도 주니까요. 생각한 것보다 더 예쁜 결말이 나와서 너무 너무 좋았어요.”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당황스러워했다. 매 장면 장면이 인상 깊기 때문. 어렵게 몇 개를 추려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며 에피소드까지 건넨다. 탱고 신과 지욱이와 함께 한 감정 신들은 모두 좋았다”며 웃었지만, 희주(신지수)가 죽고 은석(엄기준)이 ‘연재한테 살아달라고 했던 장면을 포함해 10회 정도부터는 배우들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날 뻔 했다고 감정을 추스렸다.
특히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찢는 장면에서는 엄청나게 울었다고 고백했다. 버킷리스트를 찢고 소주를 마시는 신까지 연결해서 2~3시간을 찍은 것 같은데 컷마다 울어서 그런지 중간에 기억이 안 나요. 화분을 깨고 나서 밖으로 어떻게 나갔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정신을 잠시 잃었던 것 같아요.”
김선아는 화제가 된 ‘무릎 키스 신이나 애틋한 러브 신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기억에 남지 않은 것이냐고 하자 무릎 꿇고서는 발이 저려 미칠 것 같았고, 자전거 탈 때와 한강에서는 너무 너무 힘들었다”고 웃겼다.
드라마는 ‘버킷리스트도 화제가 됐다. 김선아는 실제 현실 세계에서도 사랑하는 사람 품 안에서 눈을 감는 것 외에도 엄마한테 더 잘하고 싶고, 작품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탱고 배우기도 계속 하고 싶다고 바랐다.
드라마 덕분에 모친과의 관계는 더 돈독해져 좋다. 드라마 끝나고 집에 갔는데 엄마가 먼저 ‘사랑해 우리딸, 안아보자라고 말씀하시는데 울컥하는 거예요. 얼굴을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드라마 때문에 부모님에게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일을 한 것 같아요. 또 제 홈페이지에 환자 및 환자 가족들이 ‘살아줘서 고맙다, 용기낼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글을 남겨주세요. 그분들이 용기내서 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삼순이로 살아온 6년(미래로 살아온 2년 포함). 이제 이연재가 얼마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킬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는 김선아. 무엇보다 드라마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우울할 수 있는 드라마를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작품을 하며 ‘이렇게까지 아플 수도 있구나를 느꼈는데 ‘아프지만 행복해서 좋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한 강지욱(이동욱) 같은 남자와의 사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드라마를 찍으며 너무 울었는지 실제라면 눈물만 많이 안 쏟으면 다 좋다”고 했다. 성격이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체력이 많이 좋은 편이라 체력만 좋다면 연하든 연상이든 상관없다고 웃었다. 아울러 순수하지만 미친 듯 사랑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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