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뱃속 아가 때문에 참는 엄마들의 고민은?
입력 2011-09-01 09:10 

산모는 임신 중 열 달의 하루하루가 인내의 기간이다. 호르몬 변화로 몸의 균형이 깨지고, 몸도 점점 무거워지면서 여기저기 탈이 나기 일쑤다. 게다가 몸이 아파도 함부로 약을 먹지도 못해 고통을 참아야만 한다. 특히 임신기간 중에는 산부인과계 질환 외에도 흔히 몸무게가 증가해 겪는 관절 및 척추질환이나 팔다리가 쉽게 붓는 부종, 배변장애 등으로 변비나 치질 등을 앓기 쉽다.
얼마 전, 본원에도 임신 31주차 산모가 찾아왔다. 이유는 다름 아닌 치질 때문이었다. 임신 초기 치열로 집 근처 병원을 갔는데 임산부라며 약도 처방해 주지 않아 약 6주 동안 고생을 했단다. 그 후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이요법도 하고, 좌욕도 하고 있는데 치핵까지 생겼다며 속상해했다.
실제로 많은 수의 임산부들이 치질 때문에 고생한다. 커진 자궁이 항문과 골반의 혈관을 눌러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임신 중반기를 지나 후반기로 들어서면 복부압력이 더 증가하기 때문에 배변 시 탈항ㆍ통증 및 출혈도 자주 나타난다. 출산 중 힘을 주는 것도 치질의 원인이 된다. 출산 시 항문에 더욱 과도하게 힘을 주게 되므로 치핵, 치열이 심해지고 치질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임신하게 되면 황체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지는데, 이 호르몬이 대장의 운동을 약화시켜 변비를 일으키게 된다. 임신 중 운동량 부족이나 복용하는 철분제 때문에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보통 임신 4개월 후부터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 잠시 변비가 좋아지기도 하지만 태아가 자라면서 자궁이 대장과 항문을 압박해 변비가 심해질 수 있다.

임산부들이 치질과 변비의 고통을 참고 지내는 가장 큰 이유는 태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치질로 고통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조산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가벼운 증상이라면 약물 및 물리요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변비 완화제나 섬유질 섭취, 좌욕 등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임신 중에는 수술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약물 및 물리요법 후에도 심한 통증이 있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태아에게도 안전한 마취약과 수술법을 사용하므로 고통을 무조건 참고 있을 일은 아니다.
변비나 치질이 있는 임산부라면 평소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물을 많이 마시고 사과, 토마토, 양상추, 오이 등의 각종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여 변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스트레스를 없애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변비와 치질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다. 변을 본 후에는 항문을 화장지로 닦는 것보다 물로 씻어 항문에 상처 내지 않도록 조심하고, 주위를 청결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항문 주위 혈액순환을 위해 좌욕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하루 세 번 정도 섭씨 40° 정도의 따뜻한 물에 5~10분 정도 하는 것이 적당하다. 좌욕은 좌욕기에 앉아서 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좌욕기가 없는 경우에는 엉덩이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넓은 세숫대야를 낮은 의자에 올려놓고 하는 것도 좋다. 또한, 평소 항문 근육을 꽉 조였다 풀어주는 케겔 운동을 병행해 주는 것도 배변을 원활하게 해 변비와 치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솔병원 이동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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