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스타 대우를 받는 한 연예인이 애니메이션 녹음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
영화 수입사는 이 요구에 응하기로 하고 대신 그 비용만큼 녹음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 연예인은 두, 세 차례 스케줄을 빼는 것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했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자극할 애니메이션이 범람하는 여름 시즌이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의 내면을 살펴보면 그냥 즐겨야만 하는 장르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직접 몸을 쓰며 출연하지 않고 더빙만 하는데도 상당한 출연료가 지급된다는 사실 때문.
아이들에게는 어떤 유명 가수, 배우, 개그맨들이 애니메이션에 나왔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영화사 입장에서는 유명인이 나옴에 따라 여러 가지를 생각해 ‘울며 겨자 먹기로 녹음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 목소리로 캐스팅 된 스타급 연예인들은 일반적으로 하루 3~5시간씩 2~3회 녹음을 하며 적게는 3000만원, 많게는 7000만원을 챙긴다. 꽤 괜찮은 전문 성우의 1.5배~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부 연예 기획사는 대학이나 업소 무대에 서는 것에 빗대 애니메이션 녹음 참여를 업계용어로 ‘행사 페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행사”라며 낮춰 부르는 개념이다.
많은 외국 애니메이션을 수입한 한 관계자는 ‘행사 페이라고 생각하면 일단 진지함이 덜한 경우가 많다”며 녹음에 들어가기 전에 만나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나마 동기 부여가 되면 열심히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요즘 잘 나가는 연예인의 지방 행사 진행비는 3000~4000만원 가량이 든다. 연예인들의 더빙 참여 비용이 그 정도와 비슷하다”면서 그나마 이 비용이 약 10년 전 보다 줄어든 금액으로, 현실화 된 수치”라고 한탄했다.
영화계 업자들이 손실을 감행하면서도 스타들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연예인들의 이름값에 따른 홍보효과로 그만큼 수익이 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용이 많이 들면 관객도 많아지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관객이 많이 들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급한 게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현실화 시키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의 배우들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애니메이션 녹음 참여를 그렇게 달갑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나 더스틴 호프만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애니메이션이나 다큐멘터리에 호의적으로 참여하는 외국의 경우와 비교된다.
한 외국영화 수입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 애니메이션이 영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며 애니메이션 관람을 가족들이 나들이 하는 개념의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해 배우들은 이 작업을 전혀 꺼려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부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외국의 애니메이션은 티켓 파워도 있어 수익적인 부분을 신경 안 써도 되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나중에 자기가 출연한 작품을 아이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배우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카라의 박규리·‘f(x)의 설리·‘빅뱅의 대성, 개그맨 이수근·박명수, 배우 문소리·최민식<사진> 등이 애니메이션 녹음에 관심을 보이며 참여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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