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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마디] 알페온, '최초 안전 등급 만점?' 글쎄…
입력 2011-07-28 12:52 
27일에는 한국GM 알페온이 국토해양부 충돌시험에서 최초로 만점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신 분들이 많을겁니다.

정작 국토해양부 보도자료에서는 최초라거나 만점이라는 문구가 발견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 기사들은 한국GM의 보도자료에서 근거한 것입니다. 한국GM의 보도자료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신차 안전도 평가시험 시행 이래 최고 점수를 기록하여 가장 안전한 차로 평가 받았다./ 알페온은 시속 56km/h 정면 충돌, 64km/h 부분 정면 충돌, 55km/h 측면 충돌 및 후방 추돌 시험을 합한 종합점수에서 국내신차 안전도 평가(NCAP) 최초로 만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오해의 소지가 큽니다. 국토부측 관계자도 "어째서 그런 해석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 알고보면 '최초'가 여러대?

물론 알페온이 안전하게 만든 차라는 점은 맞습니다. 하지만 '최초'라는 표현을 쓴다면 알페온이 다른 차에 비해 더 안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지요. 기사를 곧이 곧대로 읽기 전에, 충돌테스트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것과 다르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1년형 차종 중 충돌테스트를 한 차는 모닝, 엑센트, 닛산알티마, 그랜저, 알페온 등 총 5개 차종에 불과합니다.


대형차급 중 충돌테스트를 한 차는 단 2대입니다. 알페온과 그랜저지요. 그런데 테스트 결과, 두 차종은 모두 대부분 테스트에서 비슷한 점수를 얻었습니다. 종합점수는 오히려 그랜저가 약간 더 높습니다. 테스트 한 차가 단 2종 뿐이고 테스트 한 차종은 모두 같은 점수를 받았다는데, '최초'라는건 조금 비약인것 같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다른 차종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닝을 비롯해 이번에 테스트한 5개 차종은 모두 동일하게 1등급을 받았습니다.

◆ '만점'이라는건 무슨 기준일까

한국GM이 '최초로 만점'이라고 적었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알페온이 모든 테스트 결과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의미로 생각하셨을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GM이 '만점'이라고 주장한 것은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정면 충돌을 보면 알페온이 16점 만점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그랜저도 정면 충돌에서 동일하게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진국들의 충돌테스트인 미국 IIHS나 유럽 EuroNCAP테스트에 '정면충돌'은 없다는 겁니다. 외국에선 정면충돌이 실제 충돌 상황과 계연성이 적다는 이유로, 차량의 일부만 충돌하는 오프셋테스트만 합니다. 오프셋테스트는 일반 정면충돌에 비해 충돌부위가 적기 때문에 훨씬 가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런 중요한 테스트를 안하고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정면충돌시험이라는 이름으로 테스트 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고는 부분정면충돌로 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면충돌보다 몇배는 더 중요한 시험입니다.

한국GM 알페온의 부분정면충돌시험 결과 / 국토부 홈페이지 이 시험에서 알페온은 16점 만점에 운전석이 14.8점, 조수석이 15.8점으로 꽤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적어도 만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겁니다. 사진을 보면 운전자석 무릎부위에 손상이 있는게 눈에 띕니다.


그랜저의 부분정면충돌시험결과 / 국토부 홈페이지 같은 시험에서 경쟁모델 그랜저는 운전석 무릎에어백이 역할을 했는지 조수석이 모두 16점 만점에 15.9점으로 100점 환산시 99점을 받았습니다. 알페온에 비해 오히려 점수가 우수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만점은 아니죠.


다른 시험 결과를 보면 측면 충돌의 경우 알페온이 조금 더 우수한 점수를, 좌석 안전성의 경우 그랜저가 조금 더 우수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젖은 노면에서 시속 100km주행 중 제동에 있어서도 현대 그랜저(42.4m)에 비해 한국GM 알페온(44.6m)이 2미터 정도 더 밀려가서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한국GM은 어떤 점에서든 '최초'라거나 '만점'이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GM의 보도자료는 각 시험이 아니라 시험들을 합한 '종합점수'를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GM의 '만점'의 의미는 각 시험별로는 점수가 일부 낮은게 있긴 하지만 종합했을때 97%가 넘으면 100%로 표기하도록 돼 있는 국토해양부 규정에 따라 만점이라는 겁니다.
5개 차종 충돌시험 결과 / 국토부 보도자료 캡쳐 그런데 여기도 업체들의 꼼수가 숨어있습니다. 국토해양부는 작년 중반부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올해부터 기둥 측면 충돌을 테스트 해달라고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기존 테스트가 커튼에어백의 효과를 나타내는데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그 진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둥테스트의 실제 점수는 2점으로 16점인 다른 테스트에 비해 미약한 점수입니다만, 5개 테스트 중 하나의 별개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100%로 표기됩니다.

기존 테스트대로 하면 평균 96.5%, 96.75%로 표기해야 하지만 기둥테스트 점수를 추가해서 평균을 내면 알페온 97.2%, 그랜저 97.4%로 기준인 97%를 넘기 때문에 100%로 표기됩니다.

테스트 하나 추가했다고 바로 3.5~3.25점씩 높아진 셈인데요. 가뜩이나 테스트 차종이 대부분 만점이 나와서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우리 KNCAP이 업체들의 요구를 이렇게 호락호락 들어줘서야 되겠나 싶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제조사들이 통과하기 힘들고 실제 사고를 잘 반영하는 테스트를 조속히 시행하는 쪽으로 노력해야죠.

국토부 관계자들은 "시험오차에 들어갈 수 있는 점수 1~2점 보다는 안전 등급 위주로 차량의 안전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내용을 잘 이해하고, '만점'이라는 마케팅 용어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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