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남궁민씨, 이젠 잠 좀 편히 주무시나요? [인터뷰]
입력 2011-07-12 08:37 

남궁민은 자칭 ‘로딩이 긴 배우다. 충분한 준비가 되면 능력치를 150%, 200%까지 끌어올린다.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게다가 그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아주 지독한 배우다.
10일 종영한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는 불행하다고 생각한 순간 불행은 시작되고, 행복하다 생각하는 순간 행복이 시작된다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보여준 ‘착한 드라마였다. 호평 속에 마무리 된 ‘내 마음이 들리니?와 함께, 봉마루(장준하)를 열연한 남궁민은 이제 연기 인생 제2의 도약을 시작한다.
극중 봉마루의 인생은 한 마디로 ‘꼬였다. 어린 마루는 불가항력적으로 꼬인 인생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운명은 결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자유로울 수 없었던 영혼. 어느 캐릭터보다 가련했던 봉마루에 대해 남궁민은 왜 이렇게 짠하고 정감이 가는지 모르겠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20대 중, 후반엔 서브로라도 뭔가 해야겠단 생각이 강했는데, 언제부턴가 내 캐릭터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제가 마루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나이 먹어서 그런가, (김)재원씨랑도 더 돋보이려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캐릭터에 충실하자 했는데, 그 말대로 잘 된 것 같아요.”
데뷔 10년을 바라보는 그이지만 ‘내 마음이 들리니?를 통해 유난히 연기력으로 재조명을 많이 받았다. ‘마루 100종 세트가 등장할 정도로 다양한 감정과 표정을 연기해야 했던 그는 마음이 충실하면 그에 맞는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며 마루와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렸다.

저는 로딩이 좀 긴 편이에요. 대본이 늦게 나오면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되죠. 충분히 준비해 가면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는데, 그렇지 못할 땐 디테일을 잘 살리지 못하곤 하거든요. 마루가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감정선이 다양하고 복합적이었는데, 매 순간 다른 감정으로 눈물 흘리려 노력 많이 했습니다.”
군 복무 후 컴백작 ‘부자의 탄생(2010)과 판이하게 달라진 연기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부자의 탄생을 하면서는 계속 울렁증이 있었는데, ‘내마들을 하면서 제 연기의 흐름을 찾은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편해요.”
‘부자의 탄생과 비교했을 때 분석력이 좋아졌다는 호평에 남궁민은 저는 늘 똑같이 분석해왔는데, 캐릭터가 얼마나 저를 이해시키느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서른넷인데도 싫으면 싫은 표정이 먼저 나오고, 이해 못 하면 못 한 대로 하게 돼요. 순진하진 않지만 순수하달까요. 이번엔 마루가 처한 상황이 이해가 됐기 때문에 몰입하고 분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얼마나 연기에 몰입하느냐 하면, 21회 황순금(윤여정 분) 앞 봉마루의 폭풍 오열 장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악몽에 몽유병까지 도졌다는 것이다. 자꾸만 옆에서 촬영을 하는 거에요. 머리도 메이크업도 아무런 준비가 안 됐는데. 악몽에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그런지 잠을 자도 개운치가 않네요.”(남궁민 씨, 이젠 잠 좀 편히 주무시나요?^^)
‘내 마음이 들리니?를 내려놓고 새로운 비행을 준비하는 남궁민의 바람은 좀 이색적이다. 저보다 훨씬 연기 잘 하는 선배들 사이에 들어가 스트레스 받고 열등감을 느끼면서 연기 하고 싶어요.” 스트레스를 구하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묵묵히 거북이 걸음을 이어 온 그는, 자극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터득한 지 오래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확 올라간 적이 없었거든요. 늘 꾸준히 올라가면서 생긴 버릇이, 열등감인 것 같아요. 나쁜 의미의 열등감이 아니라, 늘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이랄까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어야 잘 되는 것 같아요.”
기계공학도에서 연기자의 길에 접어든 지 어느새 10년 가까이 흘렀다. 단막극부터 시작해 아침극 일일극 주말극 특별극 등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지만 까이기도 참 많이 까였다”는 남궁민.
열등감에 좌절하기보단, 멈추지 않은 자기 계발의 시간이 이어졌다. 무기력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희망의 끈만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섰다.
여전히 잰 걸음보단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우직하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남궁민의 배우 인생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르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강영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