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전자 반도체 근무 백혈병 원인 인정"

【 앵커멘트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직원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를 인정했습니다.
반도체 공장 업무와 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처음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강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03년 당시 19살의 나이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입사한 황 모 씨.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일을 하던 황 씨는 입사 2년 만에 급성백혈병에 걸렸고 결국 지난 2007년 3월 23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유가족들은 화학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린 만큼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개인 질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삼성전자.

비슷한 피해자들은 하나 둘 모여 장외 집회에 나섰고, 자신을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라면서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본격적으로 법정공방이 시작됐고, 1년 5개월간의 재판 끝에 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숨진 황 씨의 유족 등 근로자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황 씨 등 2명의 산업재해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에 대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면 백혈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황 씨 등 2명은 같은 근무환경에서 장시간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무와 백혈병과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유해화학물질 노출량이 허용기준 미만이었더라도 개인의 면역력 차이에 따라 백혈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다만, 나머지 직원 3명에 대해서는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은 있지만, 지속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판결문을 받아볼 때까지는 어떠한 공식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MBN뉴스 강현석입니다. [wicke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