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장진영 변호사… 퀴즈당첨금 사회환원 하려다 '세금폭탄' 맞아

'무한도전'을 통해 얼굴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탄 장진영 변호사(대한변협 대변인)이 퀴즈 프로그램 1등 상금을 기부하려다 세금폭탄을 맞았다는 씁쓸한 사연이 화제다.

장 변호사는 지난 24일 방영된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해 상금 5000만원을 받게 됐다. 그는 소득세법에 따라 원천 징수된 세금 220만원을 제외한 4780만원을 받게 되었고 이 돈을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기부를 위해 기부 형식과 절차를 알아봤고, 이 과정에서 상금 4780만원 전액을 기부하면 기부한 단체의 성격에 따라 최고 38.5% 세율의 세금을 별도로 내야 함을 알게 됐다.

기부금 478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는 점은 '선행'을 하려던 그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하고 말았다.

장 변호사는 "사실상 이중 과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종합소득세 성격상 올해 내 소득에 따라 내년에 얼마나 세금이 나올지 몰라 기부가 꺼려진다는 것"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고소득자 중 기부를 생각한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세금'이 기부 문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

현행법상 기부는 세 가지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낸 돈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기관에만 기부한 돈은 법정기부금으로 전액 공제된다.

두 번째는 지정기부금으로 대부분의 민간 구호단체에 내는 돈이 해당된다. 이러한 단체에 기부하게 되면 기부금의에서 소득금액의 10~20%를 제외한 돈에 모두 세금이 매겨진다.

마지막은 특례기부금으로 독립기념관이나 문화예술지원에 기부하는 것이다. 이때는 기부금에서 소득금액의 50%를 뺀 돈에 대해 세금을 내게 된다.

이처럼 기부금이 세 가지 종류로 나눠진 상황에서 대중들은 기부금 소득공제 분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

장 변호사가 처음 기부하기로 했던 한 아동구호단체는 지정기부단체로 분류돼 있다. 소득금액의 20%만큼 기부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득이 연 8000만원 이상이고 올해 소득에 따라 내년에 내게 될 종합소득세율은 최고 38.5%까지 책정될 수 있다.

장 변호사와 같이 '기부천사'가 되려다 외려 '세금 폭탄'을 맞아 좋았던 기분을 더 망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률 규정에 대해 관련법 개정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본부장은 "기부금으로 낸다 하더라도 그 기부금은 기부자 소득으로 간주하는 게 맞다"며 "기부자가 기부하는 것은 자기 의지로 소득을 처분하는 것이므로 소비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 본부장은 또한 "기부자 역시 기부금은 `소득`이라고 인식해야 하고, 가능하면 100% 공제받을 수 있는 법정기부를 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부'를 막는 '세금', '좋게 먹었던 마음'을 망치는 제도를 현실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혜리 인턴기자 (hyelis25@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