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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의 정치학, 청중평가단과 시청자 권력
입력 2011-05-24 11:52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매주 7명의 가수들이 만들어 내는 화려한 무대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최고의 가수들과 최고의 연주자, 방송에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음향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무대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안기고 있다. 하지만 ‘나가수에 대한 대중들의 사랑이 지나치게 뜨거운 탓인지 ‘나가수에 대한 어떤 종류의 비판조차도 철저하게 배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나가수를 없애고 제작진을 퇴출시킨 대중
‘나가수는 방송 시작 3주만에 한달간 결방했다. 당시 출연진 중 김건모가 탈락에 불복, 재도전을 선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청자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프로그램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제작진에 대한 격렬한 비난이 쏟아진 것.
이는 ‘나가수에 500여명의 청중평가단이라는 판정 시스템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7명의 가수들의 무대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역할을 하는 청중평가단은 곧 시청자들의 대리인 격이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자신과 청중평가단을 동일시 하게 된다. ‘나가수의 재도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는 청중평가단, 즉 시청자들의 선택과 결정을 기만했다는 이유다.
결국 당시 사태로 제작진 사과와 함께 한달간의 결방, 김영희PD의 프로그램 퇴출, 김건모의 자진하차가 결정됐다. 시청자의 승리였다.


○ ‘나가수를 부활시켜 주인이 된 대중
프로그램이 잠정 중단 된지 한달여 동안 여론은 반전됐다. 승기를 잡은 시청자들은 관대해졌다. 프로그램을 다시 살리자는 의견이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담당PD가 교체되고 새로운 출연자들에 대한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임재범이라는 새로운 도전자가 출연을 알렸고, 방송재개 지지 여론은 폭발력을 가졌다.
‘나가수를 폐지시킨 대중이 ‘나가수를 살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는 표면적이지만 실제로 대중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실현됐다. 대중들은 수동적인 시청자 입장에서 프로그램 존폐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의 위치에 올라섰다. 프로그램의 주인이 된 시청자들은 적극적으로 ‘나가수를 옹호하고 지지하고 있다.

○ 비판 기능을 상실한 ‘나가수
‘대중의 평가라는 전가의 보도로 예술을 서열화 시키는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하다. 프로그램의 성격이 출연하는 아티스트 개개의 음악적 성취나 개성이 아니라 대중의 입맛과 기호에 맞는 특정한 스타일을 강요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대중적 취향이라는 스테레오 타입화 된 감동에 출연진들이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더 이상 ‘나가수에 대한 어떤 방식의 회의와 비판도 대중들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대한 이 같은 접근 자체가 프로그램의 주인인 ‘대중들에 대한 도전이 됐기 때문이다.
최고의 가수들이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에 대한 평가와 이를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퀄리티 보장하는 것이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시선이나 태도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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