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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원 "제가 안나보다 매력적이라고요?"[인터뷰]
입력 2011-05-20 09:16 

나이를 잊은 그녀에게선 향기가 난다. 언뜻 보면 청초함이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23년차 내공에서 나오는 원숙미다. 이 정도 쯤은 돼야 진정한 동안미녀, ‘동해 엄마 도지원을 만났다.
지난 주 인기리에 종영한 KBS 1TV ‘웃어라 동해야에서 9세 지능의 순수한 여인, 안나 레이커 역을 열연한 도지원은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전히 안나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 8개월간 그녀는 안나였고, 안나 역시 그녀였다.
요즘은 어딜 가나 ‘아이고 안나 씨, 드라마 잘 봤어요라는 인사를 받는 게 일상이란다. 시청률 높았다는 게, 실감이 나죠. 그동안 시청률 높은 드라마는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극중 캐릭터가 강한 편이라 느낌이 달랐는데, 이번에는 친근한 느낌을 주신다 할까요. ‘웃어라 동해야를 보면서 행복했다는 느낌을 전달해주셔서 기분이 좋네요.”
‘웃어라 동해야는 초반 10%대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종영을 앞두곤 40%대를 호가하는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당초 120부로 기획됐던 드라마는 무려 40부 가까이 연장되며 ‘국민드라마의 위용을 과시했다. 아직도 ‘웃어라 동해야 관련 스케줄이 연속이라 안녕하세요 안나 레이커 입니다”는 인사가 입에 달려있지만, 서서히 안나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진짜 시원섭섭해요. 막바지엔 체력이 100% 받쳐주지 않아 연기에 올-인 할 수 없다 보니 속상하기도 했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안나를 보내기 너무 섭섭해요. 그간 해왔던 캐릭터 중 제일 아꼈던 인물이기도 하고, 안나를 통해 인생을 많이 배운 것 같거든요. 안나를 버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지만 왠지 안나는 가슴 속에 담고 살고 싶네요.”
전작에서 실제 성격과 대비되는 인물을 주로 맡아왔던 도지원에게 안나는, 아름다운 이별이라 해도 좀처럼 놓치기 힘든 인물이다. 더구나 이 험한 세상, 안나 같은 캐릭터가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다.

너무 착하면 오히려 욕을 먹는 세상 속, 안나는 천사였다. 비단 정신연령이 아이에서 멈춰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보다 원초적인 순수함을 갖고 있는 안나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은 누구나 선하다는 착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런 삶을 추구해왔던 도지원으로서 안나와의 작별은 못내 아쉬울 만 하다.
안나는 정신연령은 9세지만 생각하는 내용과 깊이로만 보면 그 위에 있는 사람 같아요. 정신연령은 낮은 반면 생각은 최고 높이에서 아우르는, 하나님 같은 존재랄까요. 누구나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착한 면을 갖고 있지만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내가 옳고 남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데 안나는, 그 사람에게 숨어있는 선한 성품을 전체로 갖고 있는 사람이니까 안나의 말에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답답하게 보시는 분들도 간혹 계실지 몰라도 저는 안나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바쁜 촬영이었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내가 꿈꿔왔던 나를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나를 ‘나로 봐주는 것.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주로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인지 ‘여인천하 속 ‘경빈의 그늘(?)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예전에 ‘뭬야?가 이 사람인가요?라는 의견도 게시판에 올라오더라고요(웃음). 저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 아닌데, 그건 연기일 뿐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하는 고민도 했죠. 그래도 이번엔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신 것 같아요. 같이 연기한 배우들도 안나와 제가 많이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순수한 사람이라는 칭찬의 느낌보단, 제가 바라는 인간상인 안나를 닮았단 점에서 기분 좋았죠.”
인터뷰 말미 ‘내가 안나보다 매력적이다?라는 궂은 질문을 던지자 화들짝 놀라며 비교는 싫어요”라고 손사래 치는 도지원. 난감한 질문에 ‘아닙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안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안나의 매력이 있고 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나는 비교 안 하는데 이런 생각으로 살아왔죠. 늘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비교하긴 좀...(웃음)”
매력적인 미소로 답하는 데 장사 없다. 안나도, 도지원도 누가 위랄 것 없이 매력적이다.
‘웃어라 동해야를 마친 뒤 도지원은 따뜻한 감성으로 살아가겠다”는 인생관을 공고히 하게 됐다. 안나를 통해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잊혀졌던 마음을 되찾은 느낌이랄까요. 다른 인물을 연기하더라도 현실 속에서 도지원은 안나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세월에 휩쓸려 변해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마음 그대로 지키며 살고 싶은 마음이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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