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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근 초록뱀미디어 대표 "종편은 예능과 제작사에 기회"
입력 2011-05-15 18:52 

드라마 '추노'로 지난해 대박을 쳤던 초록뱀미디어의 행보가 남다르다. 소니그룹 자회사인 소넷과 손잡고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 튼튼한 유통망을 확보했다. 동시에 재무구조도 대폭 개선시켰다. 여기에 아직까지 손대 본 적 없던 예능에도 뛰어들었다. 드라마만 만들던 초록뱀미디어가 과감하게 예능에 뛰어든 데는 최영근 대표의 가세가 큰 힘이 됐다. 최 대표는 MBC 예능국장 시절 '무한도전' '황금어장' '세바퀴' '우리 결혼했어요' 등을 내놓으면서 MBC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1987년 '올스타쇼'로 연출을 시작한 그는 현역 시절 당시로는 혁신적인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연출자였다. 1994년엔 방송 출연은 연예인이나 하는 것이란 편견을 깨고 일반인이 출연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사랑의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는 국내 최초의 생방송 퀴즈 프로그램이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상금을 건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최 대표는 "당시 방송가 사람들은 퀴즈 프로에서 상금을 주면 법에 어긋나는 줄 알았다"면서 "법전을 뒤지고 방송심의위원회에 문의해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추진했다"고 말했다.

'예능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최 대표가 볼 때 예능의 성공 요인은 뭘까. 그는 결정권자의 역량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우선 뭐든 할 수 있다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최 대표가 2005년 예능국장을 맡았을 때 MBC는 굉장히 어려웠다. 프로그램도 안 되고 자신감도 결여돼 있어 나서길 두려워했다. 사기를 올려주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PD들과 수시로 만나 잘한다고 칭찬만 하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나온 게 '무한도전' '황금어장' '하이킥'이었다. 그는 "잔소리를 하면 지적한 단점은 고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점은 사라진다"며 "창의적인 업종일수록 새로운 시도를 북돋워주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능은 한 장의 기획서에서 이미 성패가 갈린다. 최 대표는 "결정권자는 기획서만 보고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면서 "그 그림이 프로그램 제안자와 일치하게 되면 성공하는 것이고 아니면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무한도전' 첫 기획서는 어땠을까. '무모한 도전'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첫 기획서 내용은 '지하철과 100m 달리기'와 '황소와 줄다리기'였다. 최 대표는 "이런 기획서가 올라왔을 때 말도 안 되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의 무한도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종합편성채널은 제작사에 기회이자 도전이다. 최 대표는 "드라마와 예능을 양대 축으로 가져가는 건 제작사 입장에서 좋은 구도"라면서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예능을 이렇게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문법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으론 안 되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존 스타가 대폭 늘어난 프로그램을 모두 맡을 수 없다"면서 "새로운 스타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대표는 "종편은 초기엔 100을 투자해 80을 건지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인적ㆍ물적 투자를 과감하고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편이 어차피 방송 사업을 계속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스튜디오와 촬영장비 등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는 편이 낫다는 것.
그는 "주식도 모르는 종목에 투자하면 잠이 안 온다"면서 "과감한 투자를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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