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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의 컬쳐 주전부리]스포일러! 아직일러?
입력 2011-05-13 13:46 

바쁜 일상 모처럼 여유를 갖고 친구들과 영화관에 가자면, 꼭 영화의 내용을 미리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반전이 백미인 M.나이트 사말란 감독의 ‘식스센스와 같은 스릴러 작품에선 ‘주인공이 유령이래. 따위의 말을 듣게 되면 이내 김이 빠져버리기 일쑤다.
이와 같이 영화나 소설 등의 중요한 부분의 내용을 미리 구체적으로 밝혀 인터넷에 개제하는 이들을 ‘스포일러(spoiler)라고 한다. 스포일러의 사전적인 의미는 손상시키는 사람, 강탈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스포일러는 이제는 영화, 소설 등의 장르를 넘어 TV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최근에 다시금 화제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MBC 예능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 또한 사전녹화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방송이 되기도 전에 이런 스포일러들로 인해 9일 ‘나는 가수다 녹화에서 선보인 2차 경연 도중 청중평가단의 기립박수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1~7등에 오른 가수의 이름도 공개됐으며,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른 임재범이 이날 1등 했다는 사실과, YB가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을 불러 꼴찌를 했다는 사실, 그리고 옥주현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는 등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이들의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너무나도 간단한 방법이 존재한다. 그것은 Mnet의 ‘슈퍼스타K 처럼 생방송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다. 생방송을 통해 방송되어지면 보다 긴장감 있는 프로그램을 만듦과 동시에 스포일러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굳이 사전녹화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일 것이다. 사전녹화를 통해 철저히 짜인 대로 프로그램을 준비하다보면 생방송보다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음과 동시에 자칫 생방송을 통해 벌어질지도 모르는 돌발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과거 생방송 도중 펑크밴드인 ‘삐삐밴드가 카메라를 향해 욕설을 하고 침을 뱉는 등의 난동을 부렸고, ‘카우치라는 인디밴드가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하는 사고까지 있었다.
둘째로, 시청자들의 의견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네티즌들이 방송에 대해 모니터링한 내용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직접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지극히 시청률의 영향을 받는 방송국의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방송프로그램의 방향을 좌지우지 한다. 드라마의 경우, 죽으려던 주인공이 다시 살아난다던가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는 등의 따위는 그저 다반사라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스포일러를 통한 노이즈마케팅이다. 일반적으로 스포일러는 미리 주요한 정보를 대중들에게 공개해 프로그램의 관심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특히 영화나 소설 같은 국한된 장르에서나 타당성 있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영화나 소설 등은 대중들이 적게는 7~8,000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까지의 돈을 투자하고 소비하는 소비재이기 때문에, 주요한 정도가 이미 유출된 후에는 당연히 소비재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불법다운로드를 들 수 있다. 수입영화 대부분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개봉하고 평가가 세세하게 내려져 있는 터라, ‘굳이 극장을 가서 영화를 봐야하나 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불법다운로드라는 손쉬운 방법을 찾기 일쑤다.
그러나 TV프로그램의 경우, 수신료가 공공요금인 전기세고지서에 함께 고지돼 마치 강제징수처럼 돼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TV를 특별히 돈 내고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2,500원이라는 수신료는 29년 동안이나 동결이었고, 가까운 일본이나 영국BBC에 견주어 보아도 턱없이 수신료가 낮은 것도 사실이기에, 특별히 수신료에 대한 부담감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스포일러에 의해 유포된 다양한 기사들은 재미를 떨어뜨리기 보단 ‘시간이 되면 한 번 봐야겠다., ‘정말 그렇게 전개될까 하는 더 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준다. 혹, 스포일러의 정보처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손해 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어떤 면에선, 사전녹화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흥미를 더욱 배가 시키는 결과를 만들기 까지 한다. 실제로 ‘나는 가수다의 경우 5월부터 방송이 재개 되자마자, 한자리수 시청률의 ‘일밤을 두 자리 수 시청률로 올려놓았고, 20%대의 ‘1박2일을 10%대 시청률로 끌어내리며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스포일러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며 엄살을 부리고 있다.
이처럼, 방송국은 생방송이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득과 실을 분명히 계산하여 처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러한 방송국의 대처가 ‘시청자들에게도 분명 득이 되냐 하는 것일 텐데, 대답은 분명하다. 그것은 좋은 이야기하나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세계에선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좋은가 나쁜가 보단, 그것이 시청률이 잘 나올 것인가 아닌가가 더욱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물론 손상시키는 사람, 강탈자라는 사전적인 의미에서 볼 수 있듯이 유익한 존재가 아님은 분명하나,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의 스포일러의 행위가 아직 이르다는 방송국의 엄살은, 다시금 과연 누가 시청자들을 위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적어도 스포일러에겐 본대로 이야기한다는 그들만의 진실성이 존재한다.

▶ 글쓴이 강재는 대경대학 연극영화과 겸임교수이며 KBS 20기 공채 연기자 출신이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졸업 후 예술학 석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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