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 자살, 아파트서 투신

검찰이 금융감독원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부실 여부와 전ㆍ현직 직원들의 비리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 직원이 투신자살해 배경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인 김 모(43)씨는 3일 오후 4시50분께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 23층과 24층 사이 창문으로 투신해 사망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이날 오전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하다 오후 4시께 휴대전화와 양복 상의를 사무실에 그대로 둔 채 말없이 외출해 50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근무한 사무실에서는 최근 같은 직급의 최모 수석조사역이 개인비리 혐의로 검찰에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구속된 최모 수석조사역은 부산저축은행 수사과정에서 친인척과 관련이 있는 부산지역 모 건설사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대가를 수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정황으로 봤을 때 김 씨의 자살은 일련의 검찰 조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3년 전 금감원 부산지원으로 발령받아 근무해 왔고 밝은 성격에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상의와 휴대폰까지 두고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자살한 것으로 보아 김씨가 충격을 크게 받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의 집과 소지품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통화내역에서도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어 사무실에서 잠시 나갔던 사이 만났던 인물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부산저축은행에 부인과 자녀 명의의 예금을 인출한 것을 두고 고민해왔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 2월17일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다음날 김씨의 부인이 정상 영업 중인 부산2저축은행에서 자신과 자녀명의의 통장 10개에서 예금 5700만원을 찾았으며, 영업 정지된 부산저축은행에도 3700만원의 예금이 있었으나 이는 인출하지 못하고 가지급금 2000만원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월17일부터 19일까지 저축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직원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금감원 내부지침에 따라 부인이 정상적으로 예금을 인출했다고 자신 신고했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확대되자 구설수에 오를까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부산지원은 김씨와 관련된 저축은행 의혹에 대해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김씨가 저축은행과는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자체감사를 했지만 김씨를 대상으로 조사한 사실은 없으며, 검찰도 부산저축은행사태의 부실감독과 관련해 금감원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는 6일 동료지원들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혜리 인턴기자 (hyelis25@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