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리 백화점 금융감독원…최대 위기
입력 2011-05-04 10:02  | 수정 2011-05-04 10:10
【 앵커멘트 】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비리와 부실감독의 난맥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에 낙하산 감사로 내려가 대주주 비리를 눈감아주고 뒷돈을 받아챙겼고, 한 직원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천상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어제(3일) 오후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숨진 금감원 직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다음날 부인이 예금을 찾자 구설에 오를까봐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어제(3일) KB 자산운용 감사 이 모 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금융감독원 부국장 출신으로 상호저축은행 검사를 맡았던 이 씨는 2006년, 감독 편의를 봐주겠다며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감독 부실은 더 심각합니다.

부산저축은행이 2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그것도 금감원이 현장 검사를 벌이던 시기에 저질렀는데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서는 비밀번호 미변경 등 숱한 문제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고쳤는지 확인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금감원과 금융회사들의 유착관계, 낙하산 감사에 주목합니다.

4월 말 현재 금융회사 감사로 재직 중인 금감원 출신 인사는 45명.

저축은행에도 9명이나 됩니다.

얼마 전 금감원의 한 국장은 자신이 조사하던 기업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기려다 물의를 빚자 뒤늦게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나서 금감원의 낙하산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 인터뷰 : 김황식 / 국무총리
- "금융당국의 퇴직자가 민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해오던 관행에 너무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던 측면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금감원은 뒤늦게 감사 취업 제한 등 조직 쇄신안을 마련 중입니다.

▶ 인터뷰 : 권혁세 / 금융감독원장(4월 27일)
- "국민의 따가운 질책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조직을 새롭게 탄생시키느냐 이런 것에 대해서…."

각종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신, 퇴직 후 자리 챙기기에 급급했던 금융감독원,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까지 받으면서 1998년 출범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MBN뉴스 천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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