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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신비주의 시대의 종말‥팬덤 ‘환멸’
입력 2011-04-22 10:10 

서태지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탤런트 이지아와 결혼생활을 했던 사실을 숨겨왔다는 것이 알려졌다. 특히 두 사람의 관계가 서태지가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1993년 처음 시작됐고(당시 서태지는 23세, 이지아는 15세) 이 사실이 지난 20여년간 철저하게 숨겨져 2011년에 두 사람이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은 대중들에게 충격을 넘어 환멸을 느끼게 하고 있다.
서태지는 데뷔 후 단 한번도 개인사로 구설에 휘말린 일이 없다. 1997년(당시도 이지아 였던 것으로 추정)을 비롯해 몇차례 열애설이 불거진 적은 있지만 사실을 모두 부인해왔고, 결혼은커녕 열애 사실 조차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몇몇 인터뷰를 통해 여자친구가 필요하다는 언급 정도가 전부다.
서태지의 신비주의는 1차적으로 서태지의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그동안 서태지의 인기와 이미지 형성, 음악적인 행보까지 두루 영향을 미쳤다.
여느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서태지 역시 이성팬의 숫자가 압도적이다. 서태지의 음악이 소위 ‘여성 취향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바, 서태지의 인기는 이 같은 순수하게 음악 자체로 한정짓기 불가능하다.

사생활을 철저하게 노출시키지 않는 방침은 그의 이미지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태지는 지난 20여년 간 ‘완전무결한 음악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그의 창작물은 현실세계와 유리된, 순수한 영감과 창작의 고통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다. 이는 서태지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서태지의 음악 자체에 보다 집중하게 만들었다.
앨범의 주제나 음악적인 행보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서태지는 8집에서 UFO, 미스터리 서클, 흉가동영상 등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는 서태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 처럼 심오해 보이는 주제는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기 때문. 아침에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은행에서 번호표 뽑고 줄을 서고, 공과금을 내러 동사무소에 가는 삶 속에서 이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철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비웃음을 샀을 법 하다.
서태지의 결혼과 이혼 사실이 충격을 주는 것은 그동안 서태지의 이미지가 지극히 일부 단면일 뿐이었으며 의도적으로 다른 부분들에 대해 철저하게 숨겨왔다는 것이다. 서태지라는 이미지가 환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그 환상이 산산이 부서지는 충격은 배신감 까지 들게 한다.
현재 서태지 팬덤은 패닉상태로 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서태지닷컴 공식 홈페이지와 팬사이트는 두 사람의 소송관련 보다가 나간 후 패닉상태에 빠졌다. 네거티브한 글들 보다는 인정하자는 분위기의 글이 대부분이지만 이는 전체적인 분위기라기 보다는 더 이상팬들중 상당수가 팬사이트에 남아있지 않은 경우로 보인다.
현재로써는 서태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향후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재개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크다. 음악 자체의 퀄리티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신비주의라는 도구 없이 어떤 전략으로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선사했던 문화적인 충격을 줄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서태지라는 이름에 환상대신 편견이 자리잡기 시작했음도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서태지 신비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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