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되거나 연예인이 되는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다. 수많은 이들이 밤하늘의 반짝임을 �아 배우 혹은 연예인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누구나 현빈이, 누구나 신민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방송국의 PD들의 경우도 누구나 ‘시크릿 가든의 누구나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의 PD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KBS 공채탤런트 20기로 데뷔한 필자는, 공채탤런트라는 타이틀 덕에 PD들이 있는 사무실을 제 집 드나들 듯 할 수 있었다. 아침이면 출근과 함께, 당시 KBS 별관 5층의 PD사무실로 직행해 일일이 PD들에게 인사를 한 후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조감독님들의 눈에 띄어 대사 한 두 마디 있는 단역을 맡기도 했다. 메인연출 감독님들은 현장에 나가 있기 때문에 드라마가 진행됨에 따라 생기는 단역들은 주로 조감독님들이 사무실에서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많이 얻는다는 말 대신 ‘많이 인사하는 배우가 많은 역할을 맡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어떤 해에는 웬만한 스타는 저리가라 할 만큼 다(多)작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비록 단역이지만…… 그때는 그게 그저 기뻤다. 브라운관에 우리 가족이 아니면 못 알아볼 만큼 찰나의 순간 출연하는 것일지라도…….
방송국 PD들 사무실은 여느 회사의 사무실과 크게 차이는 없다. 그러나 조금은 한가롭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드라마국 PD의 숫자가 100여명 전후인데, 그중 작품을 진행 중인 PD는 10명이 채 안 된다. 아침드라마, 수목드라마, 월화드라마,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 단막극, 대하드라마 정도의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는 실정인데다가, 그마저도 외주제작사에 하청을 주는 비율이, 많게는 60%까지 육박하다 보니,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던 것 같이, PD를 PD라 부를 수 없는 무늬만 PD인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PD들은, 스타PD가 돼 마음 편히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러나 누구나 쌀집아저씨 김영희PD가, ‘1박2일의 나영석PD가, ‘시크릿 가든의 신우철 PD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스타PD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스타PD가 되기 위해선 절대로 연극영화과를 나와서는 안 된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하겠지만, 조사해 보면 현직PD들 중 연극영화과 출신의 PD들은 10%도 되지 않는다.
즉,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드라마를 만들고 예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PD라는 직업은 전공과 관련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등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야 PD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소위 SKY 출신들이 PD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들은 어깨너머로 6~7년의 조연출이라는 수행과정을 겪은 뒤, 비로소 PD가 된다.
이 얼마나 평등한(?) 사회인가? 자칫 PD가 되겠다고 연극영화과의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입학하는 친구가 있다면 빨리 발걸음을 돌리길 부탁한다.
둘째로, 시청률 노예가 되어야 스타PD가 될 수 있다. 앞선 칼럼 ‘왜 도덕인가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얼마 전 종영한 SBS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자체 최고 시청률 37.9%, 경제효과도 광고판매를 비롯한, 드라마 OST, 의상 등 200억이 넘는 수익을 올렸었다. 방송국은 어디까지나 회사이다. 회사는 영업을 잘하는 우수사원을 원하고, 시청률을 올리는 우수한 PD는 회사에서도 그어 걸맞은 대우를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PD가 되기 위해선 시청율의 노예가 되어야한다.
셋째로, 스타 PD가 되기 위해선 삼고초려를 해서라고 스타를 붙잡아야한다. 지금은 대중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전 담당PD인 김영희PD는 김건모, 김범수, 이소라 등 출연진을 구성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불사하며 부탁했다고 한다. 그것은 곧바로 시청률 상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PD를 꿈꾸고 있거나 조연출을 하고 있는 PD들은, 필히 스타들과의 친분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입봉(보통 메인PD로 작품을 처음 만들게 되는 경우를 일컬음)할 때 스타들이 출연해 줄 테니까.
지금까지 필자가 언급한 대로만 한다면, 분명 스타PD로서 손색없는 PD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전문성이 떨어져도 장사만 잘하는 대리급 PD들보다, 시청률 때문에 아침드라마를 불륜드라마로 만드는 과장급 PD들보다, 이웃 회사의 오디션프로그램이 인기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경쟁적으로 오디션프로그램을 만드는 부장급 PD들보다, 히말라야를 등정하고 고산지대와 추위에 맞서며, 때론 위험을 감수하고, 때론 시청률 보다는 작품성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영업실적이 부진한 언제 퇴출될지 모르는 평사원 PD가 더 좋다. 왜냐하면 그가 나의 스타PD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