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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목장의 결투`…우유업계 원유 쟁탈전
입력 2011-04-18 13:40 

지난 16일 오전 경기 화성시 마도면의 한 젖소 농가 입구에서는 난데없는 대치전이 벌어졌다.
연세우유 직원과 마을주민 등 20여명이 이날 새벽에 짠 원유를 가지러 온 서울우유 집유차가 목장에 못 들어가도록 트랙터로 목장 입구를 막았다.
이 목장은 지난 14년간 연세우유에 우유를 대 왔는데, 이날부터 서울우유로 거래처를 바꾸기로 하면서 생긴 두 업체 사이의 갈등이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제역으로 원유 생산량이 많이 줄면서 목장 확보를 둘러싼 우유업체들 사이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중소 우유업체들은 이번 구제역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울우유가 손쉽게 생산량을 늘리려고 '목장 빼앗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충돌 직전까지 간 연세우유 소속 목장 1곳은 하루에 우유 2t을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이밖에 건국유업의 농가 1곳도 최근 서울우유로 거래처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유가공협회는 지난 1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최근 서울우유가 연세우유와 건국유업의 집유선을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가 개입해 유통질서를 잡아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연세우유 관계자는 "오랜 기간 정성스레 관리해 온 목장이 한순간에 서울우유로 넘어가니 허탈하다"며 "서울우유가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회의에서 목장을 빼앗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런 결과가 일어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다른 우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우유가 조합원 가입 문턱을 낮추면서까지 목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당장 급한 불을 끄려고 조합원을 늘렸다가 다시 예전처럼 생산량이 넘치면 목장을 줄이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 측은 "자연스럽게 농가가 서울우유로 들어오는 것이지 빼앗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러한 주장을 부인했다.
주무 부처인 농림부 관계자도 "연간 목장 20~30곳은 거래처를 바꾼다"며 "서울우유가 직접 개입해 집유선을 이동시키는 증거를 포착하기 전까지 조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30%대 시장점유율을 가진 1위 업체 서울우유가 당분간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동안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제역으로 젖소 약 3만7000마리가 도살 처분됐는데, 이 중 2만3000여마리가 서울우유 소속 목장의 젖소였다. 현재 서울우유의 하루 평균 우유 생산량은 1550t으로 필요량보다 350t이나 모자란다.
과잉 생산을 막으려고 만든 생산량 제한(쿼터)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풀어 목장주들은 양껏 우유를 짜내고 있지만, 수요를 맞추려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1년은 넘게 걸릴 것으로 서울우유는 보고 있다.
[뉴스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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