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런던 금융인, ‘글로벌 장돌뱅이 되다’
입력 2011-04-13 08:57  | 수정 2011-04-13 09:29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저자 코너 우드먼



억대 연봉 받던 애널리스트, 수단서 낙타 장사하다 '쪽박'… 12개국 돌며 투자금 두 배 벌어 "세계 어디나 거래. 3대 요소는 인맥, 신용, 그리고 잔꾀"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저자 코너 우드먼은 억대 연봉을 보장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파트를 팔아 세계 일주를 떠났다. '영국→아프리카→인도→중앙아시아→동북아시아→남미→영국'를 , 돌면서 한 나라에서 상품을 구입해 다음 나라에 팔고, 그곳에서 산 상품을 그 다음 나라에 팔기로 했다. 종자돈은 2만5000파운드(5800만원). 6개월간 15개국을 돌며 여비를 제외하고 투자액 두 배를 벌어 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Q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언제 생각했나요?

A 회사를 그만두고 네팔에 여행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가는 친구를 따라갔었어요. 네팔과 티벳 국경 근처에 있을 때였는데 야크에 상품을 싣고 다니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티베트에서 가지고 간 물건을 팔고 소금을 싣고 와서 네팔에서 판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국경 개념 같은 건 없었고, 그저 이 시장에서 저 시장으로 장사를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런던 금융가에서 일했습니다. 돈 버는 일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어요. 돈을 벌더라도 사람하고 직접 부딪치면서 벌고 싶었습니다.

Q 회사를 그만두고, 집 팔아서 여행을 다니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가요?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지는 않았나요?

A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죠. 회사 사람들은 제 결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집을 판다고 하니까 가족들과 친구들도 말렸습니다. 그런데 제 스스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저도 하지 않았겠죠.

Q 그런데 결국 그때 집을 파신 게 최상의 선택 아니었나요?

A 그렇습니다. 참 재미있게도 집 거래가 제가 했던 거래 중에 최고였죠. 부동산 시세가 가장 높았을 때 팔았으니까요.


Q 여행에 대해서 말씀 좀 해주세요?

A 수단에서 시작해서, 잠비아와 보츠와나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갔습니다. 인도로 넘어와서 티베트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려고 했죠. 그때 티베트 소요사태가 일어나서 티베트 쪽 국경이 폐쇄되었습니다. 계획을 바꿔서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습니다. 중국 서부에서 기차를 타고 상하이로 왔고, 그 다음 홍콩과 타이완 일본을 들러, 멕시코와 브라질을 거쳐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

Q 그런 일정을 미리 다 계획해두신 건가요?

A 일정과 경로는 미리 계획을 해놨습니다. 왜냐하면 비자 문제와 숙소, 비행기 표 문제가 겹쳐 있었거든요. 어떤 물건을 사고팔지에 대해서는 미리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살 만한 물건이 많은 신흥 국가이면서 어느 정도 내수 규모도 갖추어서 물건을 파는 데도 문제가 없는 나라들 가운데 선택을 했습니다.

Q 수단에서 여행을 시작하셨는데 썩 좋은 출발은 아니었죠?

A 수단은 참 어려운 나라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렵고 거친 상인들을 만나보자 하고 시작했던 여행이었어요. 그러고 나름대로 자료도 찾아보고 연구도 했죠. 그런데 시작부터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낙타 상인들을 만났던 거예요. 생초보가 초고수들 틈에 둘러싸인 셈이죠. 수단에서 낙타를 사서 이집트에서 판다는 계획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서양인이 시장에 나타나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걸 싫어했어요.

Q 수단에서 있었던 일이 가장 최악의 상황이었나요?

A 아닙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말 거래를 할 때가 최악이었습니다. 그곳 베테랑 상인들에게 농락을 당하며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제 능력을 넘어서는 것은 손을 대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말 네 마리를 구입하는 데만 3일이 걸렸습니다. 밤새 차를 달려서 새벽 다섯 시에 말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몸도 피곤하고, 정신도 없고, 또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지는 낙타 상인이 세상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협상가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말 상인이 조금 더 레벨이 높은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질질 끌려 다녔습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그때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거래한 상품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셨나요?

A 미리 정한 일정을 철저히 따라야 했기 때문에 직소 퍼즐을 맞추듯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결정했습니다. 중국 서부에 도착했을 때는 살만한 물건이 없었어요. 중요한 퍼즐 조각을 못 찾는 상황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바싹 마른 강줄기 양 옆으로 파놓은 큰 구멍들이 보였습니다. 알아보니까 옥을 캐내려고 파놓은 구덩이였습니다. 옥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중국에서는 굉장히 고가에 거래되는 물건이더군요. 그래서 여기에서 옥을 사서 동부로 가서 팔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옥을 구입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가 많았어요.

Q 위험한 일을 당한 적도 있나요? 죽을 뻔한 경험이라든가...

A 타이완에서 우롱차를 구하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산 깊숙한 곳에 차 밭이 있었는데 산과 산을 연결하는 케이블에 대롱대롱 매달린 바구니를 타고 협곡을 건넜습니다.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바구니였어요. 거의 2킬로미터쯤 되는 거리를 지나서 또 1.5킬로미터 되는 길을 내려왔죠. 정말 무서웠습니다. 서핑보드를 멕시코에서 팔 때는 유명한 서퍼 한 명을 섭외해서 함께 파도를 타러 나갔는데, 익사하는 줄 알았습니다. 해변으로 밀려 왔을 때 엉엉 울면서 토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일본에서 어선을 탔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당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일이 계속 꼬일 때였습니다. 수산업에 한번 도전해보자 하고 고기를 잡으러 나갔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3일이었어요. 그런데 달랑 1,500원 벌었습니다. 돈을 벌었다고 할 수도 없는 아주 작은 금액이지만 정말 뿌듯했습니다. 도덕적으로 승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돈을 벌면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습니다.

Q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게 있다면요?

A 오, 그럼요. 비즈니스를 할 때 절대 상대방을 얕보면 안 됩니다. 그게 어디든 무엇을 팔든 말이죠. 저는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돈 버는 진리를 하나 발견했어요. 중국에 가건 브라질에 가건 장사 요령은 똑같습니다. 최초의 인맥을 만들고, 그 인맥이 이끄는 대로 자기 재능을 총동원해 이익이 나는 곳으로 가는 겁니다. 런던에 있었으면 절대로 몰랐을 것을 세계일주를 통해 알게 됐어요. 세상 어디를 가나 거래의 3대 요소는 인맥, 신용, 잔꾀인 것 같습니다.

Q 한국에는 왜 안 들렀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A 사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조사를 했었는데 아쉽게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서 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한국 독자들의 트윗을 많이 받았습니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 시장을 경험하고 한국 독자들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게다가 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광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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