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식 12억원 쪽박, 500원 호떡으로 대박
입력 2011-03-27 10:20 


"단순하게 500원 짜리 호떡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정성, 가치, 행복을 파는 겁니다. 그래서 스스로 늘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도록 노력하고 `언제나 처음처럼` 호떡을 만듭니다"

주식으로 12억원을 날리고 올해로 10년 째 숙대 근처 노점에서 호떡을 만들고 있는 김민영 사장(55)은 25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자신있게 말했다.

이미 `김민영 호떡`으로 전국에 체인점을 130여개 갖고 있는 김 사장은 숙대 명물로 통한다. 장사할 때 꼭 나비 넥타이를 메고 손님을 대한다는 그는 2평 남짓한 가게에서 손님을 위해 마술까지 선보인다. 김 사장은 최근 KT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등 지금까지 대학, 기업, 공공기관에서 300차례 이상 강연을 다닌 스타 강사이기도 하다.

◆주식으로 12억원 잃고 호떡으로 재기, 월 매출 750만원

자신의 인생과 창업 성공기를 담은 두 권의 자서전까지 펴낸 김민영 사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김 사장은 `처절한 실패`와 `끈기`가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직장에 다니다가 주식으로 12억원을 하루 아침에 잃었어요. 월세로 집 한 칸 얻을 돈만 들고 아내와 세 딸과 함께 상경해 호떡 장사를 시작했죠. 평소에 호떡도 좋아했고 무엇보다 자본이 크게 들지 않는 일이었으니까요.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1년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김 사장은 익산에서 29살부터 17년간 한국통신에 다니며 연봉 4500만원을 받는 잘나가는 회사원이었다. 전북 김제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기업 과장까지 승진하며 행복한 가정도 이뤘으니 남부러울 것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동료의 권유로 주식에 손댔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초반에 조금 수익을 낸 것에 욕심을 부리다 크게 당한 것이다. 패가망신해 더 이상 고향에서 살 수 없었던 김 사장은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지인의 추천으로 자본이 적게 드는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전수해준 기술로 장사해서 맛도 없고 손님들의 반응도 별로였다. 가게 문 열고 15일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호떡을 개발했다. 밀가루부터 호떡 속 재료까지 모두 다 직접 만들어내 발전시킨 결과 가게 문을 연지 1년이 지나고부터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현재는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월 매출이 750만원 정도이다.

◆`차별화 전략` 남들하고 똑같으면 죽어버려라

"남들하고 똑같은 것은 모두 버리고 오로지 새로움으로 승부하라"는 `김민영 호떡`은 참신함으로 가득 차 있다. 우선 나비 넥타이에 젤 바른 단정한 머리, 중절모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노점 호떡집 사장이지만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어서다. 길거리 가게에 찾아온 손님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마술 공연도 펼친다. 가게가 자리잡고부터 배워 벌써 마술 경력 9년째라는 김 사장이 마술에 들인 돈만해도 3000만원이 넘지만 이것 또한 고객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배달이 가능한 것은 물론 단 한 개를 시켜도 배달해준다. 혼자 가게를 지켜야 하는 손님이 있다면 당연히 갖다 드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배달 고객에게 전화비 100원도 돌려주는 캐쉬백 서비스도 하고 있다. 또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카드 사용은 1000원 이상일 때 가능하기에 500원짜리 호떡 한 개를 먹고 카드로 결제하면 나머지 500원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수수료까지 따지면 남는게 없을 것 같지만 김 사장은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객을 대하고 가치를 판매한다.

손님 입장에서 가장 큰 차별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연 맛과 가격이다. 김 사장이 직접 개발한 호떡에는 호박씨, 해바라기씨, 땅콩 등이 들어가고 전국 `김민영 호떡` 체인점에 납품되는 특수 밀가루 반죽이 쓰인다. 이런 특별 호떡 가격은 10년 전 그대로 500원이다. 앞으로도 값을 올릴 생각은 없다. 명동, 남대문 등 근처 지역 호떡값이 1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 턱없이 싸다.

◆35년은 더 할 것, 호떡 카페 열고파

꽃샘추위의 찬 바람에도 싱글벙글인 김 사장은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이다. 쉬는 날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서서 일하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나에게 호떡 장사는 놀이"라며 웃고, 여름에 장사가 잘 안되지 않냐는 질문에 "여름이 1년에 두 세달 밖에 안되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웃는다.

이 긍정의 웃음을 전해주기 위해 그는 바쁜 시간을 틈내 봉사활동도 열심히다. 한 달에 네 번 정도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프렌차이즈점에서 다른 돈은 받지 않고 그가 제공하는 밀가루 반죽 비용만 받고 있는데 그 수익도 대부분 양로원, 보육원 등의 지원에 쓰인다.

미리 구워 놓은 것 대신 손님에게 따뜻하게 새로 구워드리겠다며 바쁘게 손을 놀리는 김민영 사장은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호떡 전문 카페를 여는 것"이라며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서서 먹고 가야 하는 것이 죄송해 고객들이 편하게 호떡을 먹고 즐기다 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부터 35년은 더 일하겠다"고 한다. 올해 55세이니 35년 후면 90세인 졸수(卒壽)이다. `김민영 할아버지 호떡`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김 사장은 "그때까지 즐거운 놀이라 생각하는 호떡 장사를 하며 힘 닿는 데까지 손님에게 기쁨을 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속보부 = 이미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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