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잦아진 화산폭발 징후 백두산이 수상하다
입력 2011-03-11 22:25  | 수정 2011-03-11 22:41


백두산이 불안하다. 역사적으로 엄청난 규모로 폭발한 사례가 있는 데다 백두산 주변 지진 활동이 잦아지는 등 폭발의 전조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백두산이 살아 있으며, 또 언제든 폭발할 확률이 있으므로 본격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5년 안에 대폭발한다`는 식의 비과학적인 재앙설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북면에 재가 비처럼 내리다." 조선왕조실록(태종대왕실록 5권)에서 서기 1403년 음력 3월 22일 백두산 천지화산 분화사건을 기록한 내용이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역사 기록을 보면 1403년, 1668년, 1702년, 1903년에 천지 칼데라 화산이 분화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백두산은 특히 약 1000년 전인 10세기 중반 지구 기후에 영향을 줄 만큼 크게 폭발했으며 이후에는 화산재, 가스, 수증기를 간헐적으로 분출하는 수증기 마그마 분화 및 후화산작용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시기와 분출 규모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백두산이 10세기 중반 대규모로 분화한 것은 여러 가지로 입증되고 있다. 백두산이 지난 10세기 때 분화한 규모(화산재 분출 기준)는 100~150㎦로 추정된다. 지난해 유럽을 강타했던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분출량 약 0.1㎦)과 비교하면 1000~1500배나 많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만2000년 동안 일어났던 화산 활동을 규모로 따져보면 백두산은 세계 5대 화산급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일본 지질학자들이 깜짝 놀랄 일을 발견했다. 일본 아오모리현 도와다호수 화산재층을 조사하던 중 915년 도와다 화산 분화로 쌓인 화산재층 위에 호수 퇴적물이 덮여 있고 그 위에 백두산에서 날아온 화산재가 쌓인 것을 확인한 것이다. 약 1000년 전 백두산 화산 분출로 화산재가 일본 동북지방에 날려가 약 5㎝ 두께로 쌓인 것이다. 윤 교수는 "일본에 쌓인 백두산 화산재 5㎝로 볼 때 백두산 분출량은 150㎦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두산이 10세기 때와 동일한 수준으로 폭발하면 피해 규모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우선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와 냉해가 예상된다. 분화 다음해 북반구의 유럽과 아시아, 북미 대륙에는 여름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산 분화로 인한 화산재 중 입자 크기가 큰 것은 분화구 가까이 낙하하지만 미세한 마이크로미터 단위 물질은 에어로졸 상태로 대기 상한과 성층권을 떠돌면서 태양복사를 차단한다. 이로써 일시적인 한랭화를 초래한다.

또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온 이산화황(SO₂)은 대기 중에 머물면서 산성비를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화산재로 인한 호흡기 질환, 식수오염, 수질 관련 질병, 농작물 피해도 발생한다. 백두산 화산 분화 때문에 발생했다고 추정되는 냉해, 기근, 흉작 등 역사 기록은 13건 이상 된다.

백두산 폭발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는 꽤 공포스럽다. 폭발로 날아간 화산탄은 건물 지붕과 벽을 부수고 화산재가 10㎝ 이상 쌓이면 건물이 무너진다. 화산재가 1㎝만 덮여도 농작물은 살기 어렵다. 또 천지에 고여 있는 물 20억t이 쏟아지면 백두산 일대에 막대한 홍수 피해가 일어나게 된다. 지역적으로는 중국과 북한, 일본 북부 지역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또 백두산이 겨울에 폭발하면 화산재가 북풍이나 북동풍을 타고 내려올 수 있어 남한 지역도 안심할 수만 없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주변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2002년부터 지진 활동이 부쩍 많아졌다. 2002년, 2003년, 2005년에는 백두산 월별 지진발생이 200건을 넘은 달이 있다"고 말했다. 지진 활동이 활발해지고, 지반이 변형되고, 분화구 호수 온도가 변하고, 가스 성분이 바뀌는 현상은 모두 화산 분화의 전조 현상이다. 중국 정부는 1999년 국가지진국에서 백두산 천지 화산관측소를 세웠다. 지진국 관측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진 활동이 빈번해졌으며, 화산성 지진 규모가 커지면서 산사면을 따라 균열이 발생하고 산사태와 붕괴가 일어났다. 2004년 나무들이 화산가스로 인해 말라죽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천지 온천 수온이 올라가고 온천에서 나오는 화산가스 중 헬륨과 수소 함량이 10배 이상 갑자기 증가했다. GPS 관측에서 천지 칼데라 호수 주변 지형이 10㎝ 이상 팽창한 것도 관측됐다. 윤 교수는 "화산 전조 현상은 2005년 이후 감소했지만 화산성 지진 규모와 군발지진 특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특히 위성관측 자료를 보니 작년 11월에는 화산가스인 이산화황(SO₂)이 분출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백두산은 언제 폭발할 가능성이 높을까?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화산이 분화할지는 수년 전에는 예측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중국에서 10년간 쌓은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해도 1~2개월 정도 분화 가능성만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백두산 5년 내 폭발` `10년 내 폭발` 같은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마그마 배관 시스템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래서 마그마가 얼마나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야 며칠 또는 수주 전에 폭발 규모와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답은 철저한 모니터링이다. 전문가들은 "어설픈 재앙설은 경계해야 하나 분화 가능성에 따른 시나리오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기상청이 천리안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백두산 지진의 전조 현상이나 분화 등을 감지하는 `백두산 화산 선제적 대응대책`을 발표하고 여러 부처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비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진계, 경사계, 수중계 등 다양한 관측장비를 현장에 설치해야 하며 관측데이터를 축적해 나가야 한다. 백두산은 중국과 북한에 걸쳐 있어 중국이나 북한의 협조 없이는 연구하기가 어렵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나섰지만 중국 측이 쉽게 데이터를 내놓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북한과도 공동으로 관측소를 설치하고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중국은 현재 백두산의 북쪽과 서쪽만 관측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지역에 속하는 남쪽과 동쪽을 관측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관측 활동을 제대로 해야 폭발 전 대피령을 내릴 수 있고 수천 명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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