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성 취업자, 퇴출 1순위·비정규직·저임금`3중고`
입력 2011-03-08 09:41 
# 사례 1의류회사 디자인 팀장을 맡고 있는 김연홍 씨(36)는 주위에서 둘째를 가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젓는다. 김씨는 "첫 아이 때 회사 독촉 때문에 한 달만에 복귀했다"며 "애가 아프다는 급한 전화를 받아 일찍 퇴근하겠다고 말하면 주위 동료의 시선이 싸늘해지는 걸 느껴 발만 동동 구른다"고 말했다. 그는 "워킹맘은 집에선 `나쁜 엄마`, 회사에선 `왕따`인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둘째를 갖느냐"고 반문했다.

# 사례 2워킹맘 이연희 씨(34)는 집 근처 시립 어린이집에 두 돌 된 딸아이를 맡기려 했지만 대기자만 10명이 넘어 1년 뒤에나 들어갈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할 수 없이 한 달에 100만원을 주고 육아도우미를 구했다. 그나마도 육아도우미 근무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 이씨는 "지출이 부담돼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할까 생각 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외무고시 합격자 중 60%는 여성이었다. 올해 신규 임용된 검사 가운데 여성이 65.6%를 차지했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사상 처음`이란 수식어로 화려하게 치장돼 있지만 이는 착시일 뿐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여전히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47.3%로 남성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여성 평균인 61.5%보다도 14.2%포인트나 떨어진다.

양도 문제지만 질이 떨어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을 의미하는 상용직 비율이 남성은 68.4%지만 여성은 47.3%에 불과하다. 여성 근로자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여성 인권은 최근 6년째 개선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볼 때 여전히 하위권이다. 지난해 말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여성 권한 척도에서 우리나라는 109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61위에 그쳤다. 여성 권한 척도는 정치ㆍ사회ㆍ경제 분야 등에 대한 여성 참여도를 지표화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성 격차지수`도 128개 나라 가운데 97위에 머무른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임신ㆍ출산한 여성에 대해 육아휴직 등을 핑계로 교묘히 퇴직과 해고를 유도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지난해 임신과 출산 때문에 해고 등 불이익을 겪었다는 상담 사례가 125건이나 돼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외환위기에 이어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도 출산 여성, 사내부부, 비정규직 여성이 퇴출 1순위가 되는 성차별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은 양성평등과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기념해온 `10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한국 기업 내 여성관리자 비율이 10%포인트 오를 경우 자산수익률(ROA)이 1%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009년 기준 1만9830달러에서 2만2626달러로 14% 늘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봉협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은 "여성인력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유연근무제와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육아ㆍ출산휴가 확대 등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야근 관행 개선 등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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