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가 高高…기름 안먹는 선박 개발 불붙었다
입력 2011-02-24 14:02 
# 사례1이영만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은 지난해 초 덴마크 코펜하겐을 은밀히 방문했다. 이곳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선박엔진 메이커인 만디젤과 고압 천연가스로 움직이는 선박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2월 두 회사는 기름 대신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하는 선박용 추진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의 이런 발표를 다소 섣부른 도전으로 치부했다. 훨씬 값싼 원료인 벙커C유를 사용하는 선박이 주류였기 때문. 공동 개발 선언 이후 1년이 지난 이달 대우조선은 가스추진선 기본 시스템(FGSㆍFueled-Gas System) 개발을 끝내고 이를 만디젤의 선박용 엔진에 결합한 제품을 내놨다. 현재 이 제품은 선박에 장착돼 시험 중이다. 컨테이너 등 일반 상선에 부착돼 상용화되면 기름 없이 가는 최초의 선박이 탄생하게 된다. 오는 5월 시연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세계 각국 선주사들의 견적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

# 사례2현대중공업은 최근 고출력 친환경 가스엔진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개발한 `힘센(HiMSEN) H35G`라는 가스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은 심해시추선인 드릴십 등 특수선에 주로 사용된다.

힘센 H35G는 지름 35㎝ 실린더 20개가 왕복 피스톤 운동을 하며 최대 1만3000마력까지 출력을 낼 수 있는 가스엔진이다. 기존에 벙커C유를 사용하는 특수선에 비해 연료비를 최대 47%까지 줄일 수 있다. 기존 엔진보다 CO₂ 배출량을 20% 이상 줄이고 유해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도 97% 이상 줄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일반 상선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스추진 엔진 개발에 나서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대우조선이 가스추진선을 최초로 개발하면서 조선업계에서는 `기름 안 쓰는 선박`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 들어 선박연료인 벙커C유 가격이 20% 이상 급등하면서 선주사들의 연료 절감형 선박 찾기 움직임이 훨씬 빨라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도 올해 일부 선박을 가스추진선으로 발주할 것"이라며 "고유가 시대에 `그린십`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그동안 기름 먹는 선박의 대안으로 가스추진선, 연료전지 추진선, 풍력추진선 등이 제시됐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성하는 미래 동력원이다. 가스추진선을 개발한 대우조선은 이를 1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에 적용하면 연간 134억원 이상의 연료 절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업체는 포스코파워와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기존 연료비용을 최대 50% 이상 줄일 수 있는 신개념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3중날 프로펠러(추진기)를 개발해 기름 소비를 줄이는 방식과 풍력 추진을 이용하는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선박 설계 개선과 프로펠러 효율을 높여 연료비를 줄이는 선박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대만 에버그린사에서 수주한 컨테이너선 20척과 중동에서 수주한 유조선 4척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가스공사와 손잡고 가스추진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 개발된 엔진과 연결되는 `벙커링` 시스템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벙커링은 선박 운항을 위해 벙커나 탱크에 연료를 채우는 작업을 말한다.

[문일호 기자]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