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식품업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새우깡의 월별 매출액은 프링글스에 세 번 추월당했다.
2월에 50억200만원을 기록한 새우깡 매출이 50억300만원을 판 프링글스에 처음으로 뒤진 데 이어 4월, 10월에도 잇따라 추월당했다. 4월엔 새우깡 매출이 51억원, 프링글스 매출이 56억원을 기록했고, 10월엔 새우깡이 48억원, 프링글스가 49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총매출은 새우깡이 621억7100만원을 기록해 프링글스(537억9800만원)보단 앞섰다.
제과업계에선 새우깡 매출이 프링글스에 월별로 뒤진 것조차도 매우 이례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우깡은 1971년 출시된 이후 스낵 분야 매출 1위를 놓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우깡은 1970년대 후반부터 월별로도 매출 1위를 빼앗겨 본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스낵들과의 격차가 워낙 벌어졌기 때문에 과거엔 지금의 현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새우깡의 아성이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새우깡이 등장했던 1970년대만 하더라도 스낵의 종류가 별로 없었지만 요즘엔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우깡은 밀가루로 만든 스낵의 대표격이었다"며 "최근엔 감자칩 등 스낵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고객들을 많이 빼앗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링글스가 새우깡에 비해 고가격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최근의 매출 신장에 영향을 줬다.
이마트에서 새우깡(90g) 가격은 580원, 프링글스 오리지날(110g×4개) 가격은 7500원이다. g당 단가로 보면 프링글스가 17원으로 새우깡(6.5원)의 세 배인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프링글스의 판매량이 아직까지는 새우깡보다는 훨씬 적지만 매출액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링글스의 급격한 매출 증가가 우리나라 과자에 비해 가격을 바꾸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프링글스는 140g 제품 중량을 110g으로 줄였고, 공교롭게도 이달 매출액이 처음으로 새우깡을 따라잡았다. 반면 새우깡은 작년에 가격을 올리지도, 제품 중량을 줄이지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링글스가 중량을 줄이면서 27.28%의 가격 상승 효과를 본 것으로 안다"면서 "한국 제과업체가 비슷한 행동을 했다면 분명히 정부의 제동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 회사가 가격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이 프링글스의 급작스러운 매출 증가와 관련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근 비슷한 현상이 업계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