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누구나 갈 수 없는곳…0.01%의 `통큰 외출`
입력 2011-02-11 09:49 


"너 우주여행 신청했니?"

작년 5월께 대한민국 1% 슈퍼리치들 사이에 은밀하게 퍼진 유행어다. 사연은 이렇다. 여행 1위 업체 하나투어가 2억원짜리 패키지 우주 여행 상품을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통해 선보였던 것. `신청률 제로`였지만 여전히 이 상품은 판매 진행 중이다. 우주 여행뿐만 아니다. 억 단위든 조 단위든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 명품 맞춤 여행만 전담하는 별똥 부대가 있다. 이름하여 제우스와 주얼리. 신(神)들의 지존 제우스에게 통 큰 여행 한번 맡겨 보는 건 어떨까.

제우스. 이름부터 심상찮다. 여행업계 `삼성`인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특수부대`다. 슈퍼리치 고객을 위한 은행의 PB센터 정도로 보면 된다. 상대가 슈퍼리치들이니 이 팀의 고민부터가 다르다. 1만원 2만원떼기(순익) 값싼 상품 만들 때, 억대 상품을 고민한다. 상담 전용 라운지는 온라인 `제우스(www.zeusworld.co.kr)` 사이트다. 이들의 작품(패키지)엔 늘 `억` 소리가 난다.

최고 작품은 우주여행. 엉뚱하게도, 지구 밖으로 가는 6일짜리 명품 여행 코스다. 상상해 보시라. 고도 110㎞ 지점, 스쳐가는 별똥별을 보며 푸른 별 지구의 파노라마 풍경과 마주하는 장면을. 이륙 후 지구 귀환까지는 약 2시간30분의 비행시간이 소요된다.

특별한 나들이인 만큼 엄격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메디컬 체크 후 이틀간 훈련. △우주복 착용법 △헬멧 사용법 △우주비행선 좌석 탑승법 △중력 가속도 적응 훈련을 거친다.


우주 비행선은 `스페이스십2`. 버진 갤럭틱이 투자해 만든 우주 셔틀로 동체 길이 18m, 날개 길이 8.1m의 초소형 여객기 모양이다.



엿새간 일정도 꿈만 같다. 첫날 뉴멕시코에 도착. 둘째날부터 훈련이다. 우주로 안내할 파일럿과 함께하는 만찬이 있다. 사흘째부터가 본격 일정이다. 메디컬 체크와 비행 훈련이 이어진다. 우주로 출발하는 날은 닷새째. 그리고 미션을 달성한 뒤 엿새째 인천으로 돌아온다.

가격은 20만달러. 우리 돈 약 2억원이다. 문의는 이어지지만 아직 선뜻 나선 신청자는 없다. 지금도 모객 중이다.

일반적(?)인 상품은 1000만원대가 대부분이다. 현재까지 한 번에 가장 큰 돈을 쓴 가족은 5000만원대. 작년 8월 1인 1450만원짜리 오스트리아ㆍ스위스 9일 상품에 3인 가족이 다녀온 적이 있다. 이 지역 여행 패키지 평균 가격(250만원대)의 다섯 배 수준이다.

간혹 패키지도 나온다. 평범한 이름이지만 가격은 깜짝 놀랄 수준. 최근 진행했던 도쿄 미각 여행은 4박짜리 상품이 450만원을 훌쩍 넘었다. 프로그램은 도쿄 시내 최고급 레스토랑 6곳만 방문하고 오는 것. 딱 15명 한정으로 진행된 비교적 착한(?) 상품이었다는 평가.

이런 식이다. 평범한 지역도 제우스팀의 손을 거치면 마술처럼 값이 껑충 뛴다. 단거리 홍콩 여행도 제우스팀 건 1185만원이다.

정기윤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원하는 모든 것을 실현해주는 전담 여행팀이라고 보면 된다"며 "작년 1월 출범했는데 꾸준히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JM(주얼리 모두)팀. 여행업계에선 소시(소녀시대)를 거느린 SM만큼이나 유명하다. 하나투어에 제우스가 있다면 모두투어엔 JM이 있다. 이들의 손끝은 한마디로 `미다스의 손`이다. 살짝 터치만 해도 100만원짜리 패키지에 `0`이 하나 더 붙는다. 이들이 다루는 테마는 △크루즈 △주얼리 아일랜드 △프리미엄텔 △웰빙여행 등 크게 네 가지. 모든 게 명품으로만 구성된 개별 여행이다.

모두투어는 슈퍼리치만 전담하는 은행 PB센터처럼 1층에 VIP 전용 상담실까지 두고 있다. JM팀의 상담 공간이다.

이 팀의 최고가 작품은 7000만원짜리 세계일주 크루즈. 무려 120일간 이어지는 세계 탐방 코스다. 올해는 2012년 예약 상품으로 같은 가격의 7000만원짜리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20일간 아무 생각 없이 지구 표면을 샅샅이 훑어보고 싶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현재 판매 중인 것 중 가장 고가의 JM팀 상품은 북극으로 가는 `북극 크루즈`다. 가격은 우리 돈 3000만원. 오는 6월 12일 출발이며 16박18일 일정이다.

이동 수단은 6성급 크루즈 `크리스탈 세레니티호`(6만8000tㆍ승객1080명). 그냥 특급호텔 한 채가 둥둥 바다 위를 떠다닌다고 보면 된다. 모두 1070명의 승객이 타는데 이를 보필하는 승무원 수만 655명이다. 모든 게 호화판이다. 묵는 곳은 크루즈에서도 꽃 중 꽃인 펜트하우스. 당연히 펜트하우스 특전도 따라붙는다. 개인 버틀러(집사)가 딸리고, 다림질, 구두 광내기 등 서비스가 제공된다. 북극은 물론 코펜하겐과 노르웨이 등 빙하도 침대에 누워 감상할 수 있다.

정열의 도시 스페인을 둘러보는 초호화 지중해 탐방 여행 상품은 1049만원. 아직 여유가 있으니 지금 신청해도 된다.

홍기정 모두투어 대표는 "진정한 슈퍼리치는 투자에, 여행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JM팀도 원래 팀에서 부서로, 부서에서 본부로 점차 키우고 있다. 삶의 질이 높아가면서 맞춤형 여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익수 여행ㆍ레저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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