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제역이 휩쓸고 간 마을 "설이 반갑지 않아요"
입력 2011-02-04 05:00  | 수정 2011-02-04 09:46
【 앵커멘트 】
구제역이 발생한 마을은 이번 설이 반갑지 않습니다.
자식같은 가축을 살처분한 농가는 허탈함에, 다행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농가도 초조함에 설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서복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72살 한귀남 할아버지는 텅 빈 축사를 볼 때마다 한숨이 깊어집니다.

해마다 설이 되면 손자들에게 잘 자란 소를 보여주며 뿌듯했지만, 이제는 휑한 축사만 덩그러니 남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한귀남 / 강화군 능내리
- "자식들이 (이번에는) 올라오라는 것도 안 간다고 했어요. 마음이 심란하고 그러니까…."

이웃 간에 음식을 나누던 따뜻한 설 풍경도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감염 원인을 두고 뒤숭숭한 마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구제역 발생 마을 주민
- "지저분하게 사육해서 주민들이 기르지 말라고 하니 소송을 걸고…. 나중에 구제역까지 걸리니까 주민들이 불만이 많지요."

▶ 스탠딩 : 서복현 / 기자
- "다행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축산 농가도 이번 설이 반갑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2차 백신까지 마쳤지만 며칠 전 5분 거리의 돼지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감염이 걱정돼 자녀들은 전화 통화로 세배를 대신해야 했습니다.

▶ 인터뷰 : 고희진 / 강화군 길정리
- "직업이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인데 혹시라도 감염돼서 들어올까 봐 집에 오지 말라고 했어요."

마을을 휩쓸고 간 구제역은 가족과 이웃이 덕담을 나누던 정겨운 설날 풍경마저도 앗아갔습니다.

MBN뉴스 서복현입니다. [sph_m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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