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일모직 패스트패션 자회사 만든다
입력 2011-01-30 20:53 
제일모직이 준비 중인 패스트패션 (SPA) 브랜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브랜드명은 미정이지만 론칭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확정했다. 다음달에는 별도 자회사를 설립한다. 이번 제일모직 신규 브랜드는 이서현 부사장 특별 지시로 무려 3년 넘게 준비해온 야심작이다.

제일모직 측은 "2011년 봄시즌 신규 브랜드 론칭을 위해 독립적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며 "명동이나 강남 등 핵심 상권에 대형 스토어를 여는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또 "남성은 물론 여성복도 고려하고 있으며, 진 느낌이 나는 캐주얼한 상품 개발도 계획 중이다. 고급스러운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펼쳐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일모직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위해 패션 전문인력이 대거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번 신규 사업은 김상현 신규사업팀 상무가 총괄하며, 디자인은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여성복 `보브`를 담당해온 권오향 상무가 영입돼 맡고 있다. 패스트패션 사업팀은 서울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제일모직 호림빌딩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권 상무 진두지휘 아래 디자이너만 최소 30~40명 동원됐다.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 아동, 스포츠 등 부문별로 디자이너를 비롯한 인력을 계속해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이서현 부사장은 신규 브랜드에 대해 "유니클로보다 품질은 좋게, 자라보다 감도는 높게 만들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자라 유니클로 H&M 등 성공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으며, 유통은 거리점을 중심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이 이번 신규 브랜드 론칭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9년 전 제일모직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패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숙원 과제였기 때문. 제일모직이 섬유패션으로 시작한 삼성그룹 모기업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늘상 "세계적 브랜드가 된 삼성 `애니콜`처럼 패션에서도 일류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제일모직이 자체 브랜드인 `구호` 여성복에 대해 뉴욕 파리 등 세계 무대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이다.

제일모직은 발 빠른 의사결정을 요하는 패스트패션 사업 특성상 별도 자회사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대기업이 소비자와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제일모직 패스트패션 사업에 대한 업계 기대도 크다. 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한국형 패스트패션으로 대항마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다.

■ < 용어설명 >

패스트패션(SPAㆍ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를 모두 한 회사가 진행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하게 파악해 짧은 주기로 이를 상품에 즉시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갭, 자라, 유니클로, H&M 등이 대표 브랜드다.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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