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6세男,금투자로 10년에 1700만원→17억
입력 2011-01-23 10:05  | 수정 2011-01-24 16:02
요즘 중국에선 한때 부동산으로 몰렸던 돈이 황금으로 쏠리고 있다. 중국 금 투자자들은 "돈은 본래 금이 아니지만 금은 본래 돈이었다"는 말을 늘상 되뇐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황금을 사고, 태평성대에는 골동품을 수집한다(亂世買黃金 盛世藏古玩)."

중국 부자들이 철칙으로 삼는 재테크 격언이다.

이 말처럼 요즘 중국에선 한때 집값 급등 속에 부동산으로 몰렸던 돈이 황금으로 쏠리고 있다. 안으로는 당국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에 주식시장 조정, 인플레이션 염려, 밖으로는 미국과 유럽 경제 불안이 겹쳤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투자자들까지도 금으로 갈아타기에 나섰을 정도다.

부동산 투자로 수년간 재미를 봤던 한 자산가는 "이젠 중국에서 부동산으로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며 "부동산 투자자 상당수가 황금 투자로 바꿨다"고 전한다.


중국의 유대상인으로 불리는 원저우(溫州) 상인들도 부동산 투자단체와 석탄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황금 투자에 나섰다는 소문까지 돈다. 중국 금 투자자들은 "돈은 본래 금이 아니지만 금은 본래 돈이었다"는 말을 늘상 되뇐다.



중국에선 금값이 급등하면서 황금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에 있는 한 황금판매점에서 고객들이 금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10년은 `황금 10년`이라 할 만큼 금 투자에 황금기였다. 국제 금값은 폭등을 거듭해 지난해 한때 온스(28.35g)당 1400달러를 넘어섰고, 지금도 1300달러대 후반을 넘나든다.

금값이 뛰면서 중국에선 요즘 돈이 조금만 생기면 금방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 덕에 허난성 정저우(鄭州)에서 액세서리 체인점을 운영하는 장(張) 모 사장은 최근 몇 달간 쉰 날이 없을 정도다.

금에 투자해 10년 만에 10만위안(1700만원)을 1000만위안(17억원)으로 불린 올해 36세 중국인 중소기업가 천(陳) 모씨 얘기까지 전해지자 지금 중국에는 금 사재기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천씨는 `황금 재테크`로 극적인 인생역전을 이뤘다. 이젠 사업보다도 금 투자가 주요 재산증식 수단이 됐다.

천씨가 2000년 결혼을 하면서 예물로 금을 살 때만 해도 생각은 단순했다. 사두면 값어치가 떨어지진 않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에 10만위안어치 금괴를 한꺼번에 구매했다. 당시 금값은 g당 70위안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금을 사들인 뒤 집안 한구석에 처박아뒀을 정도로 그는 무심했다. 2006년에 천씨는 개업한 회사가 자금난에 처해서야 집안에 보관했던 금괴를 생각해냈다. 금값은 3배로 뛰어 g당 210위안까지 올라 있었다. 그는 바로 금괴를 처분해 자금난을 해결했다.

그 일은 천씨가 황금 투자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그가 무작정 황금시장에 뛰어든 건 아니다. 금괴가 유동성이 낮고 보관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곤 얇게 편 `종이 금`에 주목했다. 그리곤 금값이 g당 210위안에서 160위안으로 떨어지자 50만위안어치를 사들였다.

운좋게도 천씨가 금을 매입한 뒤 금값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금값은 g당 180위안까지 뛰었다. 금 투자의 단맛을 보고 난 터라 50만위안어치를 더 샀다. 그러나 가격은 예상치 않게 떨어졌다. 2006년 8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손해가 40%에 가까웠다. 투자했던 돈 100만위안은 60만위안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줄었다.

충격을 받은 천씨는 금 투자를 중단하고 회사 경영에 매달렸다. 그래도 한번 맛들인 금 투자에서 좀처럼 관심을 지울 순 없었다. 2007년 9월 그는 다시 금 투자에 손을 댔다. 남은 60만여 위안으로 금괴를 사들였다. 시세는 g당 168위안이었다. 그의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2008년 3월까지 금값은 g당 236위안으로 올라 20만여 위안을 벌었다.

금 투자에 다시 한 번 성공한 천씨는 자신감을 회복해 이번엔 금 선물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렛대 효과가 큰 금 선물시장은 수익ㆍ위험이 금괴나 종이 금에 비해 높은 편. 하지만 그는 2년간 금에 투자한 경험을 믿고 80만여 위안을 금 선물에 투자했다. 금값 강세가 지속되면서 천씨 투자자산은 지난해 말 1000만여 위안으로 급증했다.

천씨만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염려가 커지면서 실물투자 매력도가 높아지자 금이 중국 부유층 투자자들을 더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지난해엔 쓰촨성 동부 난충(南充)시 석유무역업자인 멍(孟) 모씨가 1200만위안을 들여 황금 50㎏을 한꺼번에 사들였고, 앞서 난징에 있는 한 건설자재업자는 한번에 120㎏이나 되는 황금을 매입하기도 했다. 지금 돈 있는 중국인들은 "금값이 조금만 내리면 더 사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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