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CEO lounge] 재계에서 돋보이는 경기초등학교 인맥
입력 2010-12-14 13:48  | 수정 2010-12-14 14:04
사회생활에서 인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학연은 무시 못 할 요소다. 학연을 언급할 때는 보통 ‘어느 고교, 어느 대학 출신이냐부터 따지지만 초등학교 인연도 유심히 봐야할 것 같다.

최근 경기초등학교 출신 젊은 재계 3세들의 부상이 화제다. 65년 개교한 경기초등학교(당시 경기국민학교)는 리라·경복초등학교와 함께 서울의 3대 명문 초등학교로 꼽힌다.


경기초등학교를 졸업한 대표적인 재계 인물은 누가 뭐라 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2)이다. 16회 졸업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후 청운중, 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진학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석사와 하버드대 박사과정을 마친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지난 3일 부사장이 된 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활동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대로, 이 사장은 승진과 함께 전자는 물론 그룹의 일도 챙길 듯 보인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세 아들 중 막내인 조현상 효성그룹 전무(39)는 이재용 사장의 경기초등학교 3년 후배로 19회 졸업생이다. 효성그룹은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42), 차남 조현문 효성 부사장(41), 삼남 조현상 전무 삼 형제가 각기 역할을 맡아 그룹을 이끈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은 각각 섬유와 무역 PG장과 중공업 PG장을 맡았다. 조현상 전무는 전략본부 소속으로 그룹 신사업과 M&A를 책임진다.


조현상 전무에게 최근 좋은 일도 있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차세대 글로벌리더(Young Global Leader·YGL) 내의 G20 관련 조직(YGL G20 이니셔티브)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것. G20 이니셔티브는 YGL 내에서 G20 국가를 포함한 주요 국가를 대표하는 40여명의 젊은 리더들로 구성되고 G20 정상회의 개최국에서 매년 개최된다. 조현상 전무는 2007년에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리더로 선정된 바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어젠다 위원회 멤버로서 다보스포럼의 어젠다 선정 작업에도 참여했다.

<삼성가, 경기초 출신 많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38)도 경기초등학교 20회 졸업생이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대를 졸업한 그는 96년 조선호텔에 입사한 이후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지난해 조선호텔 프로젝트실 상무에서 신세계그룹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신세계백화점의 광고와 마케팅부문 자문 역할을 하면서 주로 VIP 대상 문화 마케팅과 디자인 분야를 챙겼다. 디자인 경영 강화를 목적으로 최근 디자인 전문가인 프리랜서 이보영 씨를 백화점 디자인 상무로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정 부사장은 사람들이 ‘차려입고 오는 백화점을 만들자”는 콘셉트를 세운 뒤 철저하게 준비했다. 백화점 동관 정문의 디자인만 10번 바꿨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매장 계단 난간 손잡이 모양을 잡는 데만 두 달을 투자할 정도로 치밀함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정 부사장은 신세계백화점 남성 매장 등의 콘셉트를 완전히 새로 짜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회 출신 중에선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39)도 눈에 띈다. 남상수 명예회장(75)의 아들로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일찌감치 경영에 참여했다. 비비안그룹은 상장사인 남영비비안을 포함해 13개 국내외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는 상장사인 남영비비안 지분 23%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21회 졸업생, 이서현 씨 등 경기회 활동>


눈길을 끄는 경기초 동기모임은 21회 졸업생(86년 2월 졸업)들이다. 21회 졸업생들은 ‘경기회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받는 인물은 이재용 사장의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37)이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나온 이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지난해 말 전무가 됐으며, 최근 1년 만에 다시 한 계단 승진했다. 이서현 부사장이 합류한 이후 1조7300억원대였던 제일모직 매출은 지난해 4조260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서현 부사장은 동반 승진한 남편 김재열 제일모직 부사장과 함께 그룹 내 패션·광고 쪽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지용 씨,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차남 박정빈 씨,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녀인 정유희 씨(고 정몽필 씨 차녀),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아들인 신기준 씨 등이 경기회 멤버다.

당시 같은 학교 동기동창으로 정유희 씨와 김지용 씨는 99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같이 다닐 정도로 단짝이었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자녀도 경기초등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아들 방성훈 스포츠조선 부사장, 장강재 전 한국일보 회장의 장남 장중호 아이에스일간스포츠 사장 등도 21회 졸업생이다.

30대 초중반의 인물 중에선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35)이 있다. 그는 23회 졸업생으로 구본무 LG 회장의 장녀 구연경 씨의 남편이다. 이수영 회장의 동생 이복영 삼강유리 회장 아들 이우성 씨(32)가 눈에 띈다. 그는 구자열 LS전선 회장의 맏사위다.

<전현직 대통령 가족 대거 졸업>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들도 경기초 출신이 많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 씨(32)도 이우성 씨와 함께 26회 졸업생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9회)도 이 학교를 나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만 씨는 19회 졸업생이다. 전재만 씨는 조현상 전무와 초등학교는 물론 청운중, 경복고, 연세대까지 같이 다녀 친분이 두텁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KBS 아나운서인 윤인구 씨는 20회 졸업생이다.

■ 68·70년생 젊은 CEO 뜬다
삼성·현대가 3세들 주축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최근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68~70년생의 젊은 재계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 이우현 OCI 부사장, 허용수 GS홀딩스 전무 등이 68년생이다. 이부진 사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70년생 동갑내기다. 이들은 국내외 명문 학교를 졸업해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68년생 재계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경영 시험대에 오른 인물은 정용진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말 신세계의 그룹총괄 대표이사를 맡은 뒤 세계 최대 백화점인 ‘센텀시티 오픈과 이마트의 중국 진출 등을 이끌었다. 트위터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면서 재벌답지 않은 친근한 이미지도 얻었다.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의 뒤를 이어 빠르게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이 부임한 이후 올해 이마트 매출(10월 기준)은 지난해보다 10%, 백화점은 25% 늘었다.

허용수 GS홀딩스 전무는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의 전략을 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을 이끌었고, 국외시장 확대와 신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허 전무는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 간이다. 이우현 OCI 부사장은 OCI의 국외 영업을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다. 그는 태양광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의 글로벌화를 주도하고 있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국외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가의 박진원, 박태원 전무는 내년 6월 부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86호(10.12.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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