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상공인③] 25년 한길 고집 '토종 땅콩의 제왕'
입력 2010-09-15 12:01 
【 앵커멘트 】
중국산 땅콩이 대량수입되자 국내산 땅콩이 가격경쟁에서 밀려나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좋은 품질과 고객과의 신뢰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25년째 토종 땅콩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이예은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대전 동구 원동에 중앙시장.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10평 남짓한 땅콩 판매장을 찾을 수 있는데요.


고소한 땅콩 냄새에 고객들이 하나 둘 몰려듭니다.

▶ 인터뷰 : 최선홍 / 손님
- "우리 바깥양반이 땅콩을 좋아하고요. 바로 볶아서 하니까 맛있어요"

▶ 스탠딩 : 이예은 / 리포터
- "박석희 씨가 운영하는 땅콩 판매장입니다. 간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이지만 대전 시내 납품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하는데요."

유년 시절 대구에서 땅콩 판매업을 하는 누나의 일손을 도우며 땅콩과 인연을 맺은 박덕희 씨.

장사에 흥미를 느낀 박 씨는 제대 후 땅콩 판매업을 하기로 했는데요.

▶ 인터뷰 : 박덕희 / 땅콩 판매업 운영
- "(누님이) 결혼을 해보니까 집안이 다 땅콩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교 다닐 때 가게를 봐주게 됐는데 그때 이제 장사에 대해서 알게 됐죠. 그래서 군대를 제대하고…"

거래처가 많은 대전 지역을 선택해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오랜 경험 덕분에 어려움 없이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던 박덕희 씨.

하지만, 1990년대 IMF를 맞으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시장 내 7군데나 있던 땅콩 집이 박 씨 가게를 빼고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거기에 중국산 땅콩이 국내에 대량 수입되면서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 인터뷰 : 박덕희 / 땅콩 판매업 운영
- "국내에 볶음보다도 중국산이 너무 싸게 들어오니까 국내에서 경쟁력이 없으니까 사업하는 사람들이 도태되는 거죠. "

박덕희 씨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았습니다.

값싼 중국산 땅콩과 질 높은 국산 땅콩으로 대응했는데요.

중국산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이지만, 고소한 맛과 선명한 빛깔 등 품질이 월등한 국산땅콩을 찾는 고객들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박덕희 / 땅콩 판매업 운영
- "국산이 중국산보다 1/3 차이가 나죠. 가격이 3배 차이죠. 수입은 한 10% 팔고 국산은 90% 팔고요. 중상류층은 국산을 다 드시고 생활 방식에 따라서 손님 차이도 나죠"

또, 좋은 품질을 위해 볶은 땅콩은 박덕희 씨의 손을 일일이 거쳐 출하하고 있는데요.

껍질이 벗겨진 땅콩은 금방 산화해 발암 물질을 유발하기 때문에 껍질이 벗겨진 땅콩이나 썩은 땅콩을 선별하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 인터뷰 : 박덕희 / 땅콩 판매업 운영
- "땅콩을 볶아서 가공해서 손으로 이물질과 썩은 걸 껍질 또 벗겨진 거 깨끗하게 선별해서 출하합니다"

땅콩 판매업 25년차, 이제 땅콩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인데요.

이곳을 찾는 고객에게 국산 땅콩 감별법을 알려주고, 고객의 입맛에 맞춰 땅콩을 익혀 고정 고객을 늘렸습니다.

▶ 인터뷰 : 장성우 / 손님
- "너무 많이 구우면 쓴 경향이 있고 덜 볶으면 비린 게 섞여 들어가는데 그 중간 잘 맞춰서 굽기 때문에 그래서 이 집에 오래됐습니다"

이렇게 땅콩에 대한 한결같은 고집과 열정으로 거래처를 늘려나가며, 토종 땅콩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덕희 / 땅콩 판매업 운영
- "비결보다도 제가 꾸준하게 한 가지만 하고 어떻게 하면 되는가, 많이 노력을 한 거죠"

▶ 스탠딩 : 이예은 / 리포터
- "박석희 씨 손에 검게 물든 땅콩의 잔여물이 25년간의 숨은 노력을 대변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그곳에서는 고소한 땅콩냄새로 고객의 발길 끌고 있습니다. MBN 이예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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