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완전자본잠식 빠진 한진重, 수빅조선소 부실 털고 정상화 가능할까
입력 2019-02-14 14:59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부실 여파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회사는 이참에 수빅조선소의 부실을 털고 영도조선소를 중심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정관리행을 우려하기도 한다.
14일 조선·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작년 말 기준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7417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수빅조선소 관련 충당금을 쌓은 결과 작년 1조31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결과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한진중공업 주식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거래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오는 4월 1일까지 자본잠식 해소를 입증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진중공업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여전히 거래되고 있는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주가는 전날 27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5.88% 하락한 가격이다.
한진중공업 측은 필리핀 현지 은행들로부터 수빅조선소의 채무조정을 받아낸 뒤 한진중공업에 대한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협상을 타결하면 보증채무인 4억1000만달러는 부채로 남더라도, 수빅조선소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부채는 환입시킬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한진중공업의 채권단도 필리핀 현지에 협상 인력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채무 조정에 성공해 자본잠식을 해소해도 수빅조선소와의 관계를 끊지 않으면 한진중공업의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빅조선소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6년 인건비가 저렴한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건립해 선박 발주가 호황을 때는 글로벌 10대 조선소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비숙련 노동자들이 일하는 수빅조선소는 수주한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해 신뢰가 떨어졌고, 지난 2015년을 전후로 조선업 불황이 닥치자 경영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지난달 8일 수빅조선소는 필리핀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실제 한진중공업 측도 "이번 조치로 수빅조선소 부실을 모두 털게 되면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를 중심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빅조선소와 한진중공업 사이의 연결고리라 끊어질지 여부는 4개월 가량 소요되는 필리핀 법원의 법정관리 결과에 달렸다.
그러나 수빅조선소의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조선업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불황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체들은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결과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선박 발주 시장이 다시 주춤했다. 지난달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21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작년의 월평균 발주량인 248만CGT에도 미치지 못한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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