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강남)에 땅 좀 사봐. 일단 100만 평만 사들여. 서울이 옮겨간다는데 땅값이라고 가만히 있겠어?
강남이 개발되던 시절의 부동산투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기본 터전이면서 누군가에게는 탐욕의 공간이라는 야누스의 두 얼굴로 진화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부동산 블랙홀에 빠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탈출구로 삼고 내년에만 22조8천억 원의 예산을 쏟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한쪽에서는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공임대가 제대로 나가지 않아 여섯 중 하나꼴로 집이 비어있거든요. 새 아파트이고 시세보다 저렴한데 사람들은 왜 외면할까요.
공공임대주택 대부분은 전철역에서 멀어 출퇴근이 힘듭니다. 그리고 태반이 40㎡ 미만으로 9평이 채 안 됩니다. 3~4인 가족이 살기 힘들죠.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 화성의 공공임대 아파트를 방문해 공간 배치가 아늑하다.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아파트가 될 것 이라고 했지만, 인테리어 공사를 따로 한 한 집만 들려보고 한 말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들어간 사람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주 첫날부터 천장 누수가 발생했다. 니가 가라 공공임대 라는 불만도 잇따르고 있지요.
반면 같은 임대인데도, 민간 임대아파트는 이달 초 용인 수지구청역 부근 청약에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일부에서는 몇억 원씩 프리미엄까지 붙어 임차권이 거래될 정도로 인기 폭발입니다.
임대료가 인근 시세보다 비싸고, 나중에 분양받는다는 조건조차 없는데도 불구하고, 민간임대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 하나, 교통 편리하고 품질 좋은 아파트에서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무조건 시장은 안된다, 민간은 안된다는 불신을 버리고 규제를 푸는 등 시장을 좀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실수투성이 같지만, 손해도 많이 보는 것 같지만, 시장이 그렇게 돌아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외면받는 공공임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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