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자연인은 끼가 많았다. 야간 중학교를 다니며 기차 안에서 노래를 불러 용돈을 벌고 극장 껌팔이를 할 만큼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던 까까머리 중학생은 뭣 모르고 본 방송사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꿈을 접어야 했던 자연인. 어찌 보면 아들이 야구에 재능을 보였을 때 그가 쏟은 헌신은 당연했다. 전국대회 우승에, 포수로서 대학랭킹 1위를 했던 아들이었기에 자연인은 전국 경기를 따라다니며 빈 시간마다 택시 운전으로 훈련에 필요한 돈을 벌었다. 그렇게 아들이 프로에 입단했지만 함께 꿈을 이룬 기쁨도 잠시... 부상으로 인한 팀 퇴출은 본인보다 더 강력하게 자연인을 무너뜨렸다. 내리 술만 먹던 날들의 끝, 온 가족이 함께 있던 집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순간 자연인은 깨달았다. 아들의 꿈을 이뤄주는 것보다 중요한 건 곁에 살아있는 것이라는 걸.
잃었던 건강을 찾기 위해 이번엔 자연인이 산이라는 타석에 직접 올랐다. 바다 가까이 계곡을 낀 연두색 집은 그에게 ‘만루 홈런’ 같은 곳. 온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인생은 전에 없던 즐거움으로 넘친다. 화장실에 있어야 할 욕조를 자연 속 뜻밖의 장소(?)에 놓아 약초 물로 노천욕을 즐기고, 바다에서 온 오징어를 맛있게 튀겨 통 오징어 떡볶이를 해 먹는 건 오직 자연인만이 느끼는 행복이다. 그리고 가슴이 아파 차마 볼 수 없었던 아들의 전성기 시절 비디오의 먼지를 이제야 털어보는 자연인. 아날로그 TV 속 선명한 그 기억을 마주할 용기가 산에서 생겼다는 박성우 씨의 이야기는 12월 2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